1219(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1.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떤 책을 소개할까 고민하다가최근 서울에서 열린 독립출판 축제에서 사온 특별한 이 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제목을 말하기 전에 먼저 책의 내용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이 책은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생일 사진을 모은 사진집이자 기록집입니다. 표지는 생일 케이크 한쪽을 크게 확대한 사진인데 버터크림이 살짝 흐르고 있는 모습이고요책을 펼치면 아주 화려한 3단 케이크 사진이 펼쳐집니다이 책의 저자 최지웅씨는 생일 사진은 아주 사적인 개인의 기록이지만 생일상의 모습으로 당시 유행했던 음식과자케이크 등의 먹거리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뿐만 아니라 포장벽지장판의상 등을 통해 그 시대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이기도 하다라고 의미를 짚어냅니다저자가 모은 111명의 생일 사진, 읽는 내내 타임머신처럼 그 시절 어린이로 돌아가게 합니다책 제목은 <생일축하합니다>입니다.

  

2. 생일 사진은 아주 사적인 개인의 기록이지만 시대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인데요111명의 생일 사진은 한 장 한 장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가장 먼저 나오는 생일 사진을 읽어드리자면, 1966년에 태어난 류성희씨라는 분의 82년 여고시절 생일날 찍은 사진인데요. “처음으로 시행된 두발자유화로 그 당시 유행하던 바가지 머리로 변신했다면서 그 당시 소녀시대라는 잡지 창간호 선물로 받았다는 칠보 물고기 목걸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자신을 소개합니다두 손을 모으고 수줍게 앉아 있는데그 앞에 어김없이 생일 케이크가 놓여 있는 모습이네요이렇게 사진 옆에 본인이 직접 쓴 짤막한 글이 있어 더 재미있네요

  

3. 그야말로 시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네요또 인상깊은 사진이 있다면?

88년생 신소영 씨 가족의 생일사진이자 사연인데요장미꽃다발을 안고 노래를 부르는 어머니 모습 뒤로 본인과 남동생이 손뼉을 치며 서 있는 사진이에요글을 읽어보니 어머니는 생크림 케이크를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이제 당뇨 때문에 드시지 못하게 됐다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이 케이크는빵집에서 가장 큰 케이크로 아빠가 준비한 것 같다그 시절 아빠는 꽃다발을 고르고 케잌을 안고오던 낭만적인 아빠였는데! 그런 이야기네요.

생일 사진 속 가족들 모습이 훈훈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사진관에 사진을 맡기지 않고며칠 기다렸다 받은 인화된 그 사진을 앨범에 소중하게 보관하지 않지만이 책을 보면 여전히 오래된 사진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대체할 수 없는 질감향기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4. 저자는 어떤 분인지 궁금해집니다.

저자 최지웅씨는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로 아주 유명한 분입니다우리나라 웬만한 영화는 이분이 다 디자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프로파간다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디자인도 하고, 일 년에 한번 꾸준히 출판을 합니다특히, <팔팔서울>이라는 책이 이분의 대표작인데요초등학교 때부터 모은 88서울올림픽 상품을 사진으로 남기고 올림픽 당시 이야기를 수집한 책인데, 호돌이 디자이너를 찾아 인터뷰까지 한 것을 보면 타고난 덕후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