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떤 책을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독립출판 축제에서 사온 특별한 이 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제목을 말하기 전에 먼저 책의 내용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이 책은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생일 사진’을 모은 사진집이자 기록집입니다. 표지는 생일 케이크 한쪽을 크게 확대한 사진인데 버터크림이 살짝 흐르고 있는 모습이고요, 책을 펼치면 아주 화려한 3단 케이크 사진이 펼쳐집니다. 이 책의 저자 최지웅씨는 “생일 사진은 아주 사적인 개인의 기록이지만 생일상의 모습으로 당시 유행했던 음식, 과자, 케이크 등의 먹거리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뿐만 아니라 “포장, 벽지, 장판, 의상 등을 통해 그 시대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이기도 하다”라고 의미를 짚어냅니다. 저자가 모은 111명의 생일 사진, 읽는 내내 타임머신처럼 그 시절 어린이로 돌아가게 합니다. 책 제목은 <생일축하합니다>입니다.
2. 생일 사진은 아주 사적인 개인의 기록이지만 시대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인데요. 111명의 생일 사진은 한 장 한 장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가장 먼저 나오는 생일 사진을 읽어드리자면, 1966년에 태어난 류성희씨라는 분의 82년 여고시절 생일날 찍은 사진인데요. “처음으로 시행된 두발자유화로 그 당시 유행하던 바가지 머리로 변신했다”면서 그 당시 ‘소녀시대’라는 잡지 창간호 선물로 받았다는 칠보 물고기 목걸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자신을 소개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수줍게 앉아 있는데, 그 앞에 어김없이 생일 케이크가 놓여 있는 모습이네요. 이렇게 사진 옆에 본인이 직접 쓴 짤막한 글이 있어 더 재미있네요.
3. 그야말로 시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네요. 또 인상깊은 사진이 있다면?
88년생 신소영 씨 가족의 생일사진이자 사연인데요, 장미꽃다발을 안고 노래를 부르는 어머니 모습 뒤로 본인과 남동생이 손뼉을 치며 서 있는 사진이에요, 글을 읽어보니 어머니는 생크림 케이크를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이제 당뇨 때문에 드시지 못하게 됐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이 케이크는, 빵집에서 가장 큰 케이크로 아빠가 준비한 것 같다, 그 시절 아빠는 꽃다발을 고르고 케잌을 안고오던 낭만적인 아빠였는데! 그런 이야기네요.
생일 사진 속 가족들 모습이 훈훈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사진관에 사진을 맡기지 않고, 며칠 기다렸다 받은 인화된 그 사진을 앨범에 소중하게 보관하지 않지만, 이 책을 보면 여전히 오래된 사진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대체할 수 없는 질감, 향기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4. , 저자는 어떤 분인지 궁금해집니다.
저자 최지웅씨는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로 아주 유명한 분입니다. 우리나라 웬만한 영화는 이분이 다 디자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프로파간다’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디자인도 하고, 일 년에 한번 꾸준히 출판을 합니다. 특히, <팔팔서울>이라는 책이 이분의 대표작인데요. 초등학교 때부터 모은 88서울올림픽 상품을 사진으로 남기고 올림픽 당시 이야기를 수집한 책인데, 호돌이 디자이너를 찾아 인터뷰까지 한 것을 보면 타고난 덕후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