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9(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지난해 서점가를 뜨겁게 했던 베스트셀러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수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선물했던 정지아 작가가 첫 번째 에세이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를 펴냈습니다. 애주가로 소문난 작가답게 그동안 만났던 술과 사람에 관한34편의 이야기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정성 있게 풀어냈습니다. 

제목만 보고 글 쓰는 사람의 흔한 술 예찬론이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건 오산입니다. 책 안의 글들은 겉으론 술과 음주를 예찬하는 것 같지만, 실은 술을 함께 마시는 사람과 그들과 교류하며 희로애락을 나누는 우리의 삶 자체에 대한 작가의 그윽한 사랑 고백입니다.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주신다면?

사회주의자 아버지를 통해 처음 술의 세계를 접했던 달콤한 기억부터, 수배자의 신분을 숨기고 몰래 지리산에 올라 마셨던 위스키의 아찔한 추억, 목소리 크고 개성 강한 예술가들을 하나로 이어준 막걸리의 힘, 정지아를 단단한 소설가로 키워낸 두주불사 은사의 정체까지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는 도수 높은 이야기들이 쉬지 않고 펼쳐집니다. 

책은 거의 ‘술과 사람’으로 채웠습니다. 주종은 소주와 “마시는 누구라도 거의 혼절에 이르게 하는 기적의 술” 캪틴큐부터 “싱글몰트계의 롤스로이스” 맥켈란 1926까지 걸쳤는데요. 사람은 고향인 구례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재일한국(조선)인 야쿠자까지 등장합니다. 술을 통해 스스럼없이 사람과 허물어진 경험을 담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면?

“천천히 오래오래 가만히 마시면 누구나 느끼게 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을.” 작가의 이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책장을 덮고 나면 오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고 싶어집니다. 

 

작가 소개?

1965년 전라남도 구례에서 태어나 1990년 『빨치산의 딸』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대화』, 『자본주의의 적』과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이 있습니다. 이효석 문학상, 한무숙 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오영수 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023년 현재 구례에서 노모를 모시며 고양이 네 마리, 개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