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지구상애서 가장 귀하고 비싼 버섯으로 통하는 송이버섯의 상품 사슬을 총망라한 책
<세계 끝의 버섯>을 소개합니다. 송이버섯이 흥미로운 것은 인간 개입으로 황폐화되고 생태계가 교란된 숲 지역에서 오히려 잘 자란다는 사실인데요.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떨어진 자리에 처음 나타난 생물 역시 송이버섯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송이버섯 최대 소비자는 일본의 미식가, 채집인 중에는 백인 참전 용사가 많다는 사실 역시 아이러니하죠. 세계적인 인류학자인 저자는 송이버섯 탐구를 통해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 속 ‘인류 생존’이라는 화두를 꺼내드는데요. 황폐해진 소나무 숲과 산림 산업, 또 송이버섯 채집인과 부유한 소비자 사이의 기묘한 관계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체제 속 균열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부분이 인상깊었는지?
송이버섯 하나로 단순 버섯 생태를 넘어서는 훨씬 다양한 영역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을 넘나들고, 그 교차점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질문하는 이 책은 인류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힙니다.
또한, 일종의 다종(多種)의 역사 쓰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는데,
독자들은 송이버섯 무역 경로를 따라가며 ‘마쓰다케(송이버섯)’ 요리를 즐기는 일본 미식가, 송이버섯 경매 현장, 송이버섯으로 이윤을 남기는 기업가, 캐나다에서 송이버섯을 분류하는 동남아시아 이민자 등 지금껏 만나본 적 없는 자본주의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새 생존과 지혜의 대리인으로서의 송이버섯을 마주하게 됩니다.
책을 다 읽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첫 문장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저자의 자문자답이 우리에게 질문을 건넵니다.
저자 소개?
저자는 캘리포니아대 교수로 재직 중인 미국의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입니다.
줄여서 애나 칭. 전형적인 학계의 연구론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환경, 생태, 풍경, 다종민족지와 같은 생태인류학적이고 포스트휴머니즘적인 관점으로
이론적 지평을 넓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학자입니다. 21세기 최전선의 사상가라고도 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