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태풍이 불어닥친 어느 여름밤에 일어난 가슴 따뜻한 가족 드라마,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소설 <태풍이 지나가고>를 추천합니다. 이 작품은 저자 스스로 자신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소설화한 것인데요. 꿈꿔 온 미래와는 조금 다른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전해주는 책이자 영화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영화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겠네요. 이야기는 어떻게 되나요?
주인공 료타는 정말이지 한결같이 구제불능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소설 한 권을 내고 문학상을 받은 게 벌써 십수 년 전인데 다음 작품은 여전히 구상 단계에 멈춰 있는데요. 탐정 일을 하면서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부부를 이용해 이중거래로 부수입을 챙기고, 그 돈으로 경륜장에 가고 복권을 삽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불안정한 생활도, 그런 자신이싫다며 떠난 아내도 그를 바꾸지 못합니다. 정말이지 그는 '태풍이 지나가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그럼에도 료타의 '한결같음'은 왠지 밉지가 않습니다. 료타는 아내에 대한 미련으로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고, 아들 싱고를 스파이 삼아 엄마의 새 남자친구 얘길 듣습니다. 벌써 이혼한 지 꽤 지났는데 두 사람은 쿨한 친구가 되지도, 원수가 되지도 않았는데요.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농담을 나누고 조언을 건네는 모습에선 깊은 속정이느껴집니다. 결혼이나 이혼 따위 제도와 무관하게 세 가족의 관계는 그렇게 이어집니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모두가 자신이 바랐던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대사가 좋았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직면하게 되는 삶의 진실을 부드럽게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매서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소개?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소외된 삶이나 가족을 주요 소재로 다루며, 빈곤이나 아동 학대처럼 일본인들이 마주하기 껄끄러워 하는 자국의 사회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동명 소설의 바탕이된 <태풍이 지나가고>는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이자 6번째 칸 국제 영화제 진출작이었고요.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좋은 작품이지만 수상권과는 거리가 있다던 대부분 매체들의 예상을 깨고,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