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일주일 전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향년 94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그의 소설을 사랑하는 전 세계 독자들의 애도 물결이 안팎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저도 지난주 내내 쿤데라의 소설을 펼쳐보며 책을 골랐습니다.
어떤 책을 소개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역시 이 소설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많이 들어보셨죠? 오늘은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인 이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1984년 출간된 이 소설은 총 7부로 구성된 약 500쪽 분량의 장편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소련의 침공으로 스위스로 망명하게 된 외과의사 ‘토마시’, 그리고 그의 아내인 사진작가 ‘테레자’입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키는 네 남녀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 죽음을 통해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내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1988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요, 국내에서는 ‘프라하의 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바 있습니다. 프라하의 봄은 1968년 체코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말합니다.
밀란 쿤데라, 소설 같은 삶을 살아온 작가로도 유명하죠. 구체적으로 소개를 해주신다면?
1929년 체코 브루노에서 태어난 쿤데라는 나라 안팎에서 유수의 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모국에서는 상당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체코 공산당에서 추방당한 쿤데라는 1968년 민주화운동 ‘프라하의 봄’에 참여한 이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나이 46세가 되던 1975년 아내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줄곧 프랑스에서 살게 됩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인 2019년에서야 체코 국적을 회복했다고 하죠. 그것도 쿤데라가 거부해 왔으나 체코 총리가 직접 설득 끝에 이루어진 결과라고 하는데요, 국적을 박탈당한 지 40년 만의 일이라네요.
그러면 이 책은 체코에서 프랑스로 망명 후 쓰인 소설인가요?
그렇습니다. 망명 후 프랑스에서 활동을 이어간 쿤데라는 1984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명실공히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한 계간지에 발표된 직후 책으로 출간됐고, 당시 30만부가 넘는 판매량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원래 제목은 ‘견딜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다고 하는데요.
출판사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제목을 바꾸었다고 해요. 이후 한동안 국내 출판계에 ‘참을 수 없는...’으로 시작하는 시리즈가 유행했다고 합니다.
특히, 90년대 한국의 젊은 소설가 중 많은 사람이 쿤데라의 자유로운 소설 형식에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죠.
쿤데라는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 목록에 올랐던 작가인 동시에, 인터뷰나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은둔을 자처하는 작가로도 유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밀란 쿤데라 책이 10권도 넘죠? 다른 추천작도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쿤데라 전집은 총 15권에 이르고요. 이밖에 에세이 등 다른 장르까지 합하면 20권이 넘습니다. 또 다른 대표작 중 추천드리고 싶은 책은 <불멸> 그리고 <소설의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