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는 전설의 여형사. 오늘은 <형사 박미옥>이라는 에세이를 준비했습니다.
1991년 대한민국 경찰 역사상 최초로 ‘여자형사기동대’가 창설되던 해, 최초의 강력계 여형사가 된 박미옥씨. 그는 여성으로서 순경에서 경위까지 9년 만에 초고속 승진(일반적으로 순경 출신 경위의 경우 근무경력 20년)하고, 경찰조직 내에서 여성으로서 본인이 세운 최초의 기록들을 끊임없이 갈아치운 ‘여경의 전설’로 불립니다.
‘살아있는 레전드’ 같은 형사 박미옥씨의 에세이. 읽으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았나요.
책에는 대한민국의 국보 1호가 잿더미가 되어가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온 국민에게 생중계된 숭례문 방화사건, 국민들 사이에 의적이라도 된 듯 신드롬을 일으켰던 탈주범 신창원을 검거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그의 일기장을 분석했던 때의 일을 비롯해 그가 파헤쳐나간 수많은 사건들의 전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33년 경찰 생활 중 30년을 강력계에 몸담은 형사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뿐 아니라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은 사건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담았습니다. 에세이이지만, 범죄 단편소설 읽는 듯한 속도감과 사건 이면에 숨어 있는 피해자와가해자의 사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습니다.
형사 박미옥씨만의 철학도 궁금합니다.
“형사 박미옥의 철학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애정 없이 범인을 잡는 일에만 성취감을 느낀다면 형사가 아니라 사냥꾼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냥꾼이 아닌 형사 박미옥. 퇴직 후의 삶이 궁금한데요.
서귀포 형사과장을 끝으로 경찰 생활을 마감한 그는 제주에 후배와 한 마당에 각자의 집을 짓고 한쪽에는 책방을 열었습니다. 범죄현장이 아닌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2019년부터 4년간 매년 1000만원어치 넘게 책을 구입해 총 3000권이 넘는데요. 주로 철학, 여행, 정신분석, 감정·관계에 관한 책들이랍니다. 30년간 형사로 일하며쌓여온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