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장편소설 <고래>를 쓴 천명관 작가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입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고 있죠. 심사위원회는 <고래>를 호명하며 "이런소설은 없었다"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에너지에 휩쓸린다. 캐릭터는 비현실적이지만 있을법한 이야기다. 착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오늘은 천명관 작가의 <고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고, 그의 다른 소설 <흰>, 그리고 지난해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최종 후보까지 올랐습니다.
2019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과 지난해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1차 후보에 들었습니다.
K-문학의 힘이 거세지고 있네요. <고래>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설화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세 여성(금복, 춘희, 노파)의 거친 삶을 통해 인간의 파괴적인 욕망을 스케일 있게 그린 작품입니다. 살인, 방화, 폭력, 성폭행 등의 범죄가 난무하는 인물들의 폭풍 같은 서사가 민담, 전설, 동화, 초현실적 요소에 혼재돼 전개되는데요. 여기에 농도 짙은 해학과 풍자까지 더해져 낯설면서도 흡입력 있는 작품입니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고래>에 대해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이라며 유머와 무질서로 전통적 스타일을 전복하는 문학 양식인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 동화라고 칭했습니다.
작가 소개 해주시죠!
천명관 작가는 영화 '총잡이'(1995), '북경반점'(1999), '이웃집 남자'(2009) 등의 각본을 쓰며 영화인으로 살다가 단편소설 '프랭크와 나'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며 문단에 발을 들였습니다.
<고래>를 비롯해 <유쾌한 하녀 마리사>(2007), <고령화 가족>(2010), <나의 삼촌 브루스 리>(2012),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2016) 등을 집필했고 지난해엔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도 했습니다.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고래>는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번 후보 지명으로 19년 만에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천명관 작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무력해질 때마다 작가로 소환해준 <고래>가 내 삶을 이끌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