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60대 여성 킬러 이야기를 다룬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 <파과>입니다. 2013년에 출간되어 개정판을 거친 뒤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는 소설인데요. 주인공의 이름은 조각(爪角). 한때 ‘손톱’으로 불리던 그녀는 40여 년간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으며, 날카롭고 빈틈없는 깔끔한 마무리로 ‘방역 작업’을 처리해왔습니다.
하지만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게 삐걱거리면서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데요. 한편 노화와 쇠잔의 과정을 겪으며,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평생을 되뇌어온 조각의 마음속에 어느새 지키고 싶은것들이 하나둘 생겨납니다. 버려진 늙은 개를 데려다 키우는가 하면, 청부 살인 의뢰인의 눈에서 슬픔과 공허를 발견하죠.
극한의 아픔을 감추고 자동기계처럼 살던 여인이 노년에 접어들어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에 맞닥뜨리게 되는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소설 <파과>. 아주 흥미롭습니다.
<파과>라는 제목이 새로운데, 어떤 뜻인가요?
‘파과’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부서진 과일, 흠집 난 과실이 그 첫 번째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뜻합니다. 작가는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져 사라지는 ‘파과(破果)’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파과(破瓜)’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뜨거운 찬사이기도 한 소설.
삶의 희로애락을 외면하고 살아온 우리들의눈에 ‘타인’의 고통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물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작가 소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08년 제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에서 <위저드베이커리>로 대상을 받아 2009년에 데뷔했고요. 이후 <아가미> <바늘과 가죽의 시> <로렘 입숨의 책> 등 많은 작품을 통해 구병모만의 날카로운 세계관을 선보여왔습니다. 작년에는 김유정문학상을 거머쥐며 다시 한번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오늘날 여성 서사의 중심에 서 있는, 가장 뜨겁고 성실한 작가. 이달에는 서점에 가셔서 마음에 끌리는 구병모 소설책 한권 골라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