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추천해주실 책은?
오늘은 ‘주목할 만한 새 책’이라는 주제로 소개드리고 싶은 <에이징 솔로>라는 책을 들고 왔습니다.
에이징 솔로는 홀로 나이 들어갈 40·50대를 일컫는 말인데요.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인 가구 시대,
4050 비혼 여성의 나이듦을 탐구하는 이야깁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작가 김하나씨는 “결혼 선배들의 이야기는 세상에 차고 넘치는데 비혼 선배들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책을 펼치자 비혼 40대인 내게 절실히 필요했던 말이 와르르 쏟아진다”며 놀라워합니다.
그래서 저도 더 궁금증을 안고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요. “올해로 혼자 산 지 20년째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1인 중년 여성 가구로 살아가는 저자가 자신의 일상에 대해
담담히 서술합니다. 저자는 자연스럽게 자기 나이를 인식하면서 “그러나 국내 1인 가구 담론에서는 중년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냅니다.
1인 가구 정책과 담론은 주로 청년이거나 노인 중심이라는 것이죠. 특히 1인 가구는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이란 말로 거칠게 요약되며 납작해지지만,
일찍이 ‘혼자’를 선택해 20년 이상 스스로 삶을 꾸려온 비혼 중년 이야기는 아직 공백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메시지입니다.
이 책에서는 중년 1인 가구는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취급될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중년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많고,
홀로 나이 들어갈 40·50대 에이징 솔로는 앞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자신처럼 혼자 사는 40·50대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들로부터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외로움에 대처하고 친밀감을 만들어 가는 방법, 노후를 준비하는 여정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다수의 에이징 솔로들은 비혼이지만 혼자 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누군가는 이웃들과 연결된 마을에서 혼자 살고, 누군가는 친구와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해 함께 살고, 누군가는 대안적 생활공동체 모델을 만들어 삽니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된 전주시의 비혼 여성 공동체 ‘비비’(‘비혼들의비행’의 준말)는 “한국에서도 함께 나이 드는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또 어떤 대목이 눈에 들어왔나요?
에이징 솔로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문제는 ‘주거’와 ‘돌봄’입니다.
정부의 주택공급제도는 결혼 여부와 자녀 수를 기준으로 청약 가점을 매겨 1인 가구는 청약 등의 혜택을 받기 어렵고,
병원에서는 여전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호자로서 원가족의 동행을 요구하죠. 1인 가구 시대, 이제 제도 또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할 때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 소개도 해주시죠.
2017년 출간된 화제의 책 <이상한 정상가족>을 펴낸 김희경 작가가 이 책의 저자입니다. 당시 아동인권 및 가족정책이라는 민감한 화두를 던지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바 있는데요, 책 출간 이후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전격 발탁되기도 했죠. 올해는 새 책을 품은 저자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