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바람이 추워지는 날에는 누군가의 따뜻하고도 정확한 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찾은 책 <박완서의 말>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소설가 박완서의 이력이 정점에 다다라 있던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모두 일곱 편의 대담을 담았는데요.
인터뷰에는 딸이 신여성이 되기를 바란 어머니와 시작한 서울 생활, 전쟁으로 멈춘 대학 생활, 어머니로 살아가는 것의모순 등 그의 삶을 채워온 크고 작은 개인사가 녹여져 있습니다. 평소 박완서 작가의 말씨를 그대로 살려 놓아서 마치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말하는 듯합니다.
첫 소설 <나목>을 쓴 계기가 기억에 남았는데요. 1950년 6월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한 박완서 작가는 전쟁이 나는 바람에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었고 생활고로 미8군 PX 초상화부에서 일했는데 <나목>이라는 작품은 그곳에서 알게 된화가 박수근을 모델로 이 소설을 쓴 이야기라는 것이었어요.
"박수근 화백은 참 힘들게 살다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후에 그림값이 올라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족들이덕을 보는 것도 아니고 화상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만 이익을 챙기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일종의 사회적 분노가 그를 글쓰기로 이끈 것이네요.
맞습니다. 그속에는 화도 있고 온기도 있고 어떻게든 이 사회와 이 사람을 잘 설명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는데요.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태도로 개인의 소박하고 내밀한 영역을 높여 말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가령 인터뷰이가 당신의 작품은 여성주의작 성향이 강하다며 어떤 대답을 기다릴 때,
"저는 이념이 먼저인 작가는 아니다. 억지로 무슨 주의를 붙이자면 난 그냥 자유민주주의자고 소박한 개인주의자다."라고 말을 해요.
그러면서도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여성에게 박한 사회의 여자로서,
사랑하는 남편과 하나뿐인 외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깊은 통증을 지나온 사람이 갖는 강단을 잃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