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10년 만에 독자 곁으로 돌아온 진은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입니다.
출간 직후 독자들의 큰 환대를 받고 있는 이 시집, 베스트셀러 시 분야 1위에 오르더니 3주 만에 무려 1만 부가 팔렸는데요.
시집으로선 이례적인 판매부수입니다.
20대가 시집의 주요 구매층으로 떠오른 점도 눈에 띄는데요. 이 시집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것일까요.
대표작의 한 구절입니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이렇게 시작하는 진은영의 시 ‘청혼’이라는 시는 온라인에서 회자되며 많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번 시집에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를 비롯해 공동체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목소리와 다양한 삶의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10년에 걸쳐 시를쓰면서 시인은 어느덧 50대가 되었는데요, "이전에는 내 안에 있는 여러 정리되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는 일에 가까웠다"면
"이젠 다양한 감정, 슬펐던 일, 좋았던 일, 치욕스러웠던 일에 대해서 말을 건네는 일이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번 시집을 꼼꼼히 읽으면서, 세상의 이야기를 끌어안기 위해 시인이 선택한 방법은 '시를 쓰고야마는 사랑'이라는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인 진은영, 걸어온 길이 궁금해집니다.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 <우리는 매일매일>(2008), <훔쳐가는 노래>(2012)를 차례로 선보였습니다.
"감각적인 은유와 선명한 이미지로 낡고 익숙한 일상을 재배치하는 한편,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한 문제 의식을 철학적 사유와 시적 정치성으로 풀어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진은영 시인은 시인의 사회적 위치와 기능을 묻는 한 강연에서"시인은 침묵함으로써 대화하는 사람"이라 말한 바 있습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유예은 양(단원고 2년)을 위한 시 ‘그날 이후’를 썼고, 2015년엔 유가족을 상담한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대담집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도 펴냈습니다. 2013년부터는 심리상담사 지망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