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10월 6일에 발표된 따끈따끈한 소식, 올해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아니 에르노(82)에게 돌아갔습니다.
역대 수상자 119명 가운데 여성으로서는 17번째이며 프랑스 여성으로서는 처음인데요. 최근 3년간 국내에 출판된 에르노의 작품은 총 15권인데요. 오늘은 <세월>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소설 <세월>은 1941년에서부터 2006년까지, 노르망디에서 노동자 계급으로 태어나 자란 것에서 시작해 파리 교외의세르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던 교수 그리고 작가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족 사진첩을 넘기듯 시간의 흐름과 함께변화하는 자신의 굴곡진 전 생애를 다룹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자서전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자서전에서 일반적으로 택하는 일인칭 시점이 아닌, ‘나’를 배제한 ‘그녀’와 ‘우리’, 그리고 ‘사람들’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인데요.
사진 속 사랑스런 아기가 해변에서 웃고 있는 아이로, 단체 사진 속 안경 쓴 소녀로, 거실에서 아들과 나란히 앉은 어머니로 변모하는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을 보고 있으면 나도 이렇게 전 생에를 다루는 책 한 권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스며들게 됩니다. 아니 에르노는 이 책에서 ‘비개인적인 자서전’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탄생시키며 커다란 문학적 성취를 이뤘습니다. 특히 이 책은 작가와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익산 출신 신유진씨가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그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국내에 가장 많이 번역한 분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 소도시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교직 생활을 하던 중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장롱>으로 등단했습니다.
그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한 번도 쓴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소신대로 자전적소설을 쓰며 인간의 욕망과 날것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로 불렸습니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단순한 열정>은 문학 교수와 외국인 유부남의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입니다. 실제 경험에서 나온 듯한 묘사와 표현으로 당시 프랑스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00년에는 1960년대에 겪은 자신의 임신 중절 경험을 토대로 한 <사건>을 펴냈고, 2016년에는 18세에 겪은 숲속여름학교에서의 첫 성 경험을 다룬 <소녀의 기억>을 발표했습니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룬 <한 여자>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었죠.
에르노는 1984년 작 <자리>로 첫 문학상인 르도노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2008년 <세월들>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텔레그람 독자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003년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또 2011년 선집 <삶을 쓰다>는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