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1(목) 장승호교수의 마음지킴이

Q: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셨나요?

A: 네. 오늘은 산후우울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 전에 “아이가 눈이 안 보인다면서 신생아를 데리고 온 어머니가 있었는데요. 

“아직은 시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해도 아이가 눈에 이상에 있는 것 같다면서 검사를 반복적으로 원하셨구요. 

또 아이가 지능이 낮은 것 같다, 심장병이 있는 것 같다면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미 여러 병원에서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오셨는데도 도무지 믿지 않았습니다. 

더 면담을 해보니까 우울감이 심했구요. 자살생각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분은 본인이 아프고 어딘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아이에게 투사해서 마치 아이가 잘못된 것 같다는 불안에 떨고 있었던 것이죠.

 

Q: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이도 영향을 받는다니 걱정이 많이 되는데요,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나요?

A: 네, 출산 후 1주 내외의 짧은 기간 동안에는 약 85%까지 기분변화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평소와 달리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거나, 예민해지고,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죠. 보통은 특별한 치료없이 회복되지만 약 15% 정도에서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 의욕저하, 불면, 그리고 자살생각 등을 보이구요. 심한 경우에는 “아이를 죽여라“라는 환청이나 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Q: 그렇다면 왜 이런 산후우울증이 나타날까요?

A: 우선은 출산 후 변화된 호르몬의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어렵죠. 

여성에게 있어 출산 및 육아는 여성성을 잠시 내려두고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산 후 퉁퉁 부은 몸은 결혼 전과 많이 달라지구요. 지친 몸으로 수유를 처음 하면서 많은 혼란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이가 너무 소중하고 예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힘든 것,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죠. 이런 큰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산후우울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산후 우울 증상을 보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우선 가까운 가족, 특히 남편에게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상황에서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다보면 무기력해지기 쉽습니다. 

또 표현하지 않고 참다가 갑자기 폭발하면 가족들은 오히려 어리둥절해하고 이런 내 자신을 의지가 약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아이들에게는 힘든 것을 내색하거나 하소연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가 힘들고 약하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은 엄마를 보호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래서 엄마와 아이 사이에 역할이 바뀌는 전도현상이 일어나게 되죠. 얼핏 보면 우리 아이가 ”철이 빨리 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보다 항상 엄마를 먼저 걱정하고,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라면 우울증에 취약해집니다. 그래서 출산 후에 우울감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아이들이 자꾸 엄마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셔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