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2(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허준이 교수와 관련이 깊다고요?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그가 수학계 스타로 등극한 큰 성취 뒤에도 위대한 스승이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적 수학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하버드대 명예교수인데요. 

허 교수가 수학에 눈을 뜬 것은 2008년 서울대 방문교수로 온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우연히 들으면서였다고 합니다. 대수기하학에 매료돼 그와 매일 밥을 먹는 밥친구이자 

수제자가 됐고, 수십 년간 풀지 못했던 난제들을 해결했죠. 오늘은 바로 허준이 교수의 스승 히로나카 교수가 쓴 책 <학문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 기억으로 이 책이 나온지는 20년도 더 지난 책인데 새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네요. 허준이 교수가 존경하는 스승의 책이었군요. 

맞습니다. 이 책은 2001년에 김영사에서 출간된 이후 꾸준하게 팔려왔는데요. 

인내와 끈기를 통해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달은 한 평범한 수학 교수의 진실한 고백을 담은 책입니다.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 번째 아들로 많은 우여곡절을 지나,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깎이 수학자 히로나카 교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미국 하버드로 건너가 박사 학위를 받고, 

'특이점 해소' 이론으로 1970년에 필즈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퀴즈나 테스트처럼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인생의 문제는 상당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진정한 해결이 불가능할뿐더러 문제 그 자체의 진의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인내와 끈기의 힘, 너무 중요하죠. 필즈상 수상자라는 것 외에도 둘은 닮은 점이 많다고요. 

히로나카 교수는 입시에 실패 후 대학교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을 선택한 늦깎이 수학자입니다. 

허 교수 역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해 6년을 다닌 후 뒤늦게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됐는데요. 

히로나카 교수가 한때 피아니스트를, 허 교수가 시인과 과학기자를 꿈꾸다가 돌고 돌아 길을 찾은 것도 비슷합니다.

그는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깊게 생각하라'는 뜻의 소심심고(素心深考)란 표현도 자주 씁니다. 학문을 대하는 겸허한 자세가 허 교수에게 큰 영향을 줬다는 전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