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20년동안 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며 유물 보는 이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본 이야기 <멈춰서서 가만히>를 소개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간만 나면 답사를 가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 유물 앞에 서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래전 만들어 낡고 빛바랜, 쓸모나 뜻을 알 수 없는 유물의 어떤 면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박물관의 유물 앞에서 우리의 시간은 과거로 향하기도 하고, 지금 이곳에서 가보지 않은 길로 이어집니다. 시공간을 넘어 우리를 매혹하고 변화시키는 유물의 세계가 얼마나 드넓은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박물관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에게 각광받고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다녀가 화제를 모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은 인증샷 명소가 됐는데요. RM은 문화상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해 완판시키기도 했습니다.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을 상설 전시하는 '사유의 방'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저자는 "유물 앞에서 느꼈던 좋은 경험이 모이자 멀리 가지 않고도 여행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면서 유물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순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유물의 고고학적·미술사적 가치를 알려주기보다는, 유물을 통한 감상을 주로 이야기하는데 마치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처럼 문학적입니다.
“만 명에게는 만 점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어딘가에 나를 기다리는 유물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들이 좋았는데요. 저자는 반가사유상, 세한도, 윤두서 자화상 같은 유명한 유물도 소개하지만, 전시돼 있어도 자세히 살펴보지 않을 듯한 옛 소품들도 두루 살핍니다.
저자는 어떤 분인가요?
저자 정명희씨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올해 21년 차 큐레이터입니다.
한국 문화재 전시 사상 최다 관람객을 기록한 '대고려 특별전(2018),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특별전 '영혼의 여정' 등 여러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2019년부터 관리자가 돼 학예연구실 종합계획 수립·조정을 총괄하고 있는데요.
한국 불교회화사 연구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그림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고, 종교가 예술이 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에세이 <한번쯤, 큐레이터>를 썼고, 올해 4월 에세이 <멈춰서서 가만히>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