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7(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김소연 작가의 <어금니 깨물기>라는 산문집입니다. 이 책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기, 어금니를 깨물면서 버텼던 날을 떠올리게 하는 글들입니다. 총 서른 편의 글로, 자신이 부대끼고 느낀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놓는 진솔한 산문입니다. 읽는 내내 누구에게 한번도 털어놓지 않은 내밀한 이야기를 처음 들려주는 듯 담담한, 어떤 초연함이 느껴집니다. 

 

서른 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면? 

이 책은 첫 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했는데요. 첫 글의 제목은 ‘엄마를 끝낸 엄마'입니다. 작가는 늘 오빠 뒤에 서있도록 종용했던 어머니를 오랫동안 싫어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투병으로 돌봄의 주체가 바뀌면서 비로소 미움의 감정을 흘려보내게 되는데요. "엄마는 엄마를 끝내고 나의 자식이 되어 유리 벽 너머에 앉아 있었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본업인 시 쓰기에 관한 에피소드도 중간중간 책갈피처럼 꽂혀있습니다. 시 쓰기의 고단함과 기쁨에 대해서, 또 자신에게 영향을 준 김종삼 시인과 폴란드의 시인 쉼보르스카에 대한 애정, 김소연만의 독자적인 사유와 섬세한 문장으로 써내려갑니다. 

 

지난 주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 책을 샀다고 알고 있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이번 도서전은 코로나19 여파로 연기·축소를 거듭하다가 3년 만에 제대로 열린 것인데요. 드넓은 코엑스 행사장을 꽉 채울만큼 사람이 구름떼처럼 많았어요. 입장티켓 사전 판매량만 2만장이었다고 하죠. 주제는 '반걸음'이었는데 한걸음이 아니라 좋았습니다. 새로운 책과 출판사를 발견하는 재미, 출판의 흐름과 앞으로의 화두를 두루 살펴볼 수 있었어요. 하루종일 책 이야기로 가득 채운 도서전 마지막 날, 한 출판사 부스에서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팬데믹 시기 속에서도 책만은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소연 작가 소개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시인이면서 탁월한 에세이스트로 꼽히는 김소연 작가는 특히 ‘사전’ 시리즈로 많은 독자들과 만나왔는데요. <마음사전>, <한 글자 사전> 산문집의 저자로 유명합니다. '시를 쓰는 창작자들에겐 한없이 시인이고, 에세이를 읽는 독자들에겐 더 없는 에세이스트다’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5권의 시집과 7권의 산문집을 내며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