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4(화) 임주아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할 책은?

“모든 약점은 이 사회의 가능성이다”라고 말하는 인상적인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마이너리티 디자인>인데요. 이 책은 모든 사람이 지닌 소수자성에 주목합니다. 소수자성이란 뭘까요. 

자신의 약점, 잘 못하는 일, 장애, 콤플렉스 같은 것들로 설명되는데요. 저자는 이것들을 극복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용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 좋은 예시가 있는데요. 19세기 발명가 펠레그리노 투리는 시력을 잃어가는 연인과 편지를 주고받기 위해 이 기계를 발명했습니다. 

바로 ‘타이프라이터’. 우리가 쓰는 컴퓨터 키보드의 원형이죠. 그렇다면 불을 붙이는 ‘라이터’는 어떻게 발명됐을까요?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면 두 손이 필요하니까 한 손만 있는 사람도 쓸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구부러지는 ‘빨대’는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이 손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하고요.  

 

모두 장애에서 탄생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사용하는 물건이네요.

맞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사용하는 물건이 됐죠. 모든 약점은 이 사회의 가능성이다, 라는 말에 끄덕여지는 이유입니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승승장구하던 저자는 생후 3개월 된 아들의 시각장애를 알고 나서부터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때부터 인생이 뒤바뀌게 됩니다. 아무리 멋진 광고를 만들어도 내 아들은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저자는 아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했는데요. 

‘광고를 만들지 않는 광고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저자는 스포츠, 패션, 음악, 로봇공학 등 분야를 넘나들며 ‘한 사람의 약점’을 출발점 삼아 기존의 통념을 뒤흔드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합니다. 일본에는 시각장애인 축구협회가 있습니다. 어느 날 협회 관계자가 저자에게 중요한 의뢰를 해옵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 축구 체험 행사를 열 건데 어떤 이름이 좋겠냐는 것이었어요. ‘시각장애인 축구’는 눈가리개를 쓰고 하는 축구거든요. 

한참을 고민하던 저자는 이 행사 이름을 ‘OFF TIME’이라고 정합니다. 

뇌도 눈도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각 장애인 축구 체험은 ‘눈을 끄는 것(OFF)’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죠. 

그 결과, 이 행사는 전국 TV와 신문에서 앞다투어 보도됐고, 이 행사는 협회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밖에도 장애인 ‘의족’을 재해석한 패션쇼를 열기도 하고, 휠체어 바퀴에 낄 위험이 없는 여성 스커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관점만 달리하면 약점도 새로운 가치가 된다는 걸 보여주네요. 시각장애인 축구 행사 이름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좋은 광고의 가치를 만들어냈네요.

맞습니다. 우리가 쓰는 ‘안경’도 개발되기 전 눈이 나쁜 사람은 장애인이었지만, 오늘날 안경은 개성이 된 것처럼, “소수자를 기점으로 삼아 세계를 더욱 좋은 곳으로 바꾸자”는 것이 저자의 인생 목표라고 하는데요. 이 책은 개인사를 드러낸 에세이인 동시에 ‘광고는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는 지혜로운 지침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