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내일이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되는 날. 그래서 고른 책 <녹두 서점의 오월>이다.
5·18 항쟁을 언급할 때 항쟁 최후의 거점이었던 전남도청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있다. 바로 녹두서점이다. 이 서점이 문을 연 기간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불과 4년 남짓.
하지만 15평의 조그마한 책방은 5·18항쟁 당시 광주의 고립된 시민들을 위해 수많은 대자보와
전단을 만들며 정보를 전달해준 상황실이자, 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간이식당이었으며, 윤상원을 비롯한 지도부가 항쟁 방향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간 회의실이었다.
이 책은 서점 가족의 눈으로 본 80년 오월에 대한 증언이자 살아남은 자들이 이어간 또 다른 항쟁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은 당시 녹두서점을 운영한 서점 가족 눈으로 본 1980년 오월의 이야기다.
차동: 엄혹한 시절, 서점과 서점원의 역할을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녹두서점은 광주 유일의 인문사회과학서점으로 당시 비판적 사상에 목말라했던 시민과 학생들,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길 원했던 야학 노동자들, 반독재를 외치던 대학과 시민사회의 활동가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이야기하고 지적 무기를 단련할 수 있는 장소였다.
서점은 당시 금서로 지정된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제공하며 대학가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지적 수원지 역할을 했다. 유신정권 반대를 외치다 전남대에서 제적당한 뒤
녹두서점을 차린 김상윤, 남편을 도와 서점 살림을 도맡은 중학교 교사 정현애,
그리고 80년 5월, 33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상윤의 남동생 김상집이 1980년 오월 광주를 이곳에 불러낸다.
차동: 이 책을 꼭 집필했어야 했던 이유가 있다면서요?
매년 5월이 오면 광주 시민들은 지독한 ‘5월 앓이’를 한다.
광주트라우마센터가 2017년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약 72퍼센트가 ‘5월이 되면 무언가 불안하고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39년 전 겪은 분노, 고립, 낙인, 폭력은 여전히 살아남은 자들을
괴롭힌다. 이 책을 쓴 저자들 또한 5월이 되면 당시 겪은 고문 후유증으로 온몸에 발진이 돋고,
죽은 자들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를
지켜주십시오.” 항쟁 최후의 날, 그 애절한 방송을 듣고서도 그들을 지키기 위해 뛰쳐나가지 못했던 많은 광주시민은 여전히 마음에 큰 병을 진 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저자들이 39년간의 침묵을 깨고 이 책을 집필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