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1(목) 김형준의 마음지킴이

Q. 오늘은 어떤 주제인가요?

A. 가끔 진료실에 실연의 아픔을 하소연하며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사랑 때문에 아픔을 경험하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실연의 아픔이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죠? 왜 사랑이 왜 때론 고통스러운가요? 

A. 그것은 사랑은 일종의 일시적인 중독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연상태는 중독된 대상이 갑자기 사라져서 나타나는 금단증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발달된 뇌 과학 검사 중에 뇌의 활동 모습을 볼 수 있는 fMRI 라는 검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몇몇 뇌 과학자들이 이 fMRI를 이용한 재미있는 실험이 발표된 적이 있는데요. 사랑하는 커플을 대상으로 서로의 얼굴사진을 보여주면서 뇌가 어떻게 반응을 하는 지를 알아본 것입니다. 애인 사진을 볼 때 남녀 모두 뇌의 특정부위가 활성이 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복측피개영역(TVA)이라는 부위인데요. 사랑에 빠진 남녀는 상대방의 사진을 보거나 그 모습을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바로 이곳에의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도파민이라는 기분을 좋게 하는 뇌 화학물질의 분비가 왕성해지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같은 실험을 마약과 알코올중독자에게 해봤는데 애인사진 대신 마약이나 술 사진을 보여주면 같은 검사를 했더니 중독증 환자들의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와 똑같은 부위가 활성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물질에 중독을 일으키는 뇌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정신의학적으로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대상에 중독이 되면 만약 그 대상이 갑작스럽게 사라지게 되면 금단이라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대상에 대한 강한 갈망감을 느끼게 되고 그 갈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고통이 뒤따라 나타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실연의 아픔인 것이죠.

 

Q. 그렇다면 실연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면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인가요?

A.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마약이나 알콜 중독의 경우 금단 증상이나 갈망감이 꽤 오래 지속되고 때론 치료가 필요지만 사랑에 대한 fMRI의 반응은 18개월에서 36개월 후에는 이런 반응이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이 증명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한편 누구에게나 피해갈 수 없는 바로 사랑의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것을 이 실험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Q. 사랑의 유효기간이라고요!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36개월 정도가 지나면 사랑이 식는다는 말인가요?

A. 네. 적어도 뇌 과학에서는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예을 시작하고  이혼이나 결별이 만남이후 약 18개월에서 36개월에서 가장 많다는 통계가 있는 데 이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커플이 이 시기가 지나도 사랑을 이어가는데 이는 서로 바라만 봐도 황홀하고 가슴 벅찬 중독으로써의 사랑은 끝났지만 좀 더 성숙한 새로운 단계의 사랑으로 발전한 것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것이 애착의 단계인데요. 중독의 단계에는 서로 바라만 봐도 가슴이 벅차고, 설래는 반응이 확인되지만 이후 사랑이 지속되면 이런 뇌 의 반응은 사라지지만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뇌 부위가 새롭게 활성화 되면서 옥시토신이라는 안정감을 주는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는 것을 같은 실험에서 증명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랑은 중독으로 시작해서 애착의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흔히 말해 뜨거운 사랑으로  시작해지만 결국 정으로 살아간다는 말씀인가요?

A. 어쩌면 그 말씀이 맞는 것이 뇌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의 시작은 서로 어쩔 수 없고 황홀한 성적, 중독적인 끌림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관계를 성숙시키나가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가슴깊이 이해하는 공감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잘 의지하고 이해하면서 이 거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든든한 동반자이자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는 가장 소중한 존재로 발전해 가는 것이 바로 남녀관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