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2(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건물 출입구의 경사로,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방송에서 제공하는 수어 통역과 자막, 점자 보도블록, 장애인 활동 지원…. 이런 것들은 어느 날 갑자기 도입된 게 아닙니다. 수많은 장애인과 장애 운동가들이 자신의 삶을 걸고 온갖 비난과 모욕을 무릅쓰며 투쟁한 끝에 하나씩 겨우 마련된 것들이죠. 

오늘 소개할 책은 미국장애인법 제정 과정의 원동력이었던 인물이 평생에 걸친 투쟁 이야기를 회고하는 책 <나는 휴먼>입니다.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어린 시절부터 사회의 모든 영역에 장애인의 자리를 만들고, 

소외된 이들의 시민권이 보호받는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디스 휴먼의 일대기를 그가 직접 정리한 자서전입니다.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화재 위험요인'이라는 딱지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을 거절 당하고 집에서 지내던 한 저자는 "그 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털어놨습니다. 

부모가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학교에 들어갔고, 흑인장애인여성으로서 대학을 나와 석사학위를 받고 상원의원 보좌관이 된 저자는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시민이 되기 위해, 또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의 권리 및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긴 세월 사회 곳곳의 부당함에 맞섰습니다. 

교사자격증 발급을 거부하는 뉴욕시교육위원회와 싸워 자격증을 받고, 1977년엔 전국장애인시민연합, 1980년엔 세계장애인기구를 설립했습니다. 1990년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시민권법의 틀에서 보장하는 '미국장애인법'이 제정되기까지 투쟁의 최전선에 섰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미국장애인법에 서명하던 순간을 휴먼은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마흔한살에 마침내 동등한 시민이 되었다." 

 

이 책의 어떤 메시지가 인상 깊었는지?

"장애는 누군가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그렇다. 때문에 사회가 이런 진실을 바탕으로 인프라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게 옳다.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 어떤 정부를 구성하는지는 시민 개개인의 손에 달렸다."

휴먼의 잔잔한 듯 엄청난 스토리는 2020년 공개돼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넷플렉스 다큐멘터리 '크림 캠프'에도 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