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A: 나는 분명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 데 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은 경우가 있습니다. 소화가 안되고, 배가 아프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숨이 찬데 내시경이나 X-ray 검사에는 이상 없다고 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무척 답답할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신경성이나 스트레스성 질환을 말하는 데 정신의학에서는 ‘신체화 장애’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이 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신경성 위염이나 신경성 두통 이런 것을 말씀하시는 같은데 ‘신체화장애’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A: 신경성 위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신경성 방광염, 스트레스성 두통 등 신체화장애는 매우 많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증상도 신체의 장기 별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검사나 진찰상 해당 장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환자 입장에서는 나는 아파서 매우 고통스러운데 답답하기도 하고 의사도, 가족도 내가 무슨 꾀병이나 거짓말쟁이 취급받는 것 같아 서럽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저의 진료실을 찾은 환자분들은 그동안의 서러움에 종종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적으로는 신체화장애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분명 이상이 있는 하나의 질환인 것은 분명합니다.
Q: 검사상 문제가 없는데 증상은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죠?
A: 그것은 한마디로 뇌가 교란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식사 후에 찾아오는 복통을 상복부에서 느낀다면 대부분은 어떤 원인으로 위에 염증이 생겨서 염증 물질이 분비되고 이것이 위에 분포되어있는 고통을 감지하여 감각신경에 전달되어 척수를 타고 뇌로 전달되어 위가 아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신체화장애의 경우 뇌가 먼저 아프다고 인식합니다. 실제로는 위에 염증이 없는데 뇌는 위가 아프다고 인식을 하는 것이죠. 뇌가 문제인데 검사를 위에서 하니 당연히 위에는 이상이 없다고 나오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왜 뇌는 아프지 않은데 아프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A: 그것은 뇌 속의 자율신경계라는 신경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는 심장, 폐, 위와 장 같은 소화기관 등 내부 장기의 전반적인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계를 말합니다. 자율신경계는 우리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고 스스로 활동하기 때문에 자율신경계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율신경계는 나의 감정이나 심리적 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밤길을 혼자 걸어가다가 누군가 나를 쫓아 오는 것 같으면 누구나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심리적 불안을 느끼면 자율신경계도 같이 활성화되어 각종 내부장기의 활동을 가속시킵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위와 장의 운동과 위산과 소화액의 분비가 늘어납니다. 혈관은 수축하여 혈압을 높이죠. 이유는 위기 상황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빨리 대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이 아니거나 내부 장기의 운동이 필요 없는 상황에도 심리적으로 내 스스로 가상의 위기 상황 혹은 불안한 상황을 자주 만들게 되면 뇌는 혼란에 빠지게 되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져 내부 장기의 운동을 가속 시켜 가사의 증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미리 걱정하고, 작은 일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소화불량 같은 사소한 신체적 증상을 큰 병의 전조증상이 아닐까 염려하는 마음이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신체화장애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A: 실제로 증상이 있고 고통을 느낀다면 혼자 해결은 어렵기 때문에 정신의학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예민해진 내부 장기와 자율신경계를 안정화시키는 약물치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신체 증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미리 걱정하는 습관을 바꾸고 증상을 조금은 무시하는 태도가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