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제가 지난 주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상> 후보작 전시를 보고 왔는데요, 

이 상은 네 명의 후보를 정해서 이 전시를 통해 1명의 올해의 작가를 선정합니다. 

영화라 해도 무방할 서사와 영상 스케일로 압도하는 작가, 마치 춤추는 클럽과 학교 교실을 섞어놓은 듯한 공간 구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작가 등 남다른 네 명의 대형 전시를 보고 나오니 뭔가 이상하게도 미래 세계를 엿보고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현대미술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이 작가들이 이 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풀어내는 이유는 뭘까, 하는 공부가 우리에게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골랐습니다. 현대미술에 대해 좀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 <발칙한 현대미술사>입니다. 

 

이 책은 현대미술가 '뒤샹'이 친구와 함께 상점에서 변기를 구매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뒤샹은 소변기를 작업실로 옮기고 검정색 물감으로 ‘R. Mutt 1917’라는 가명과 날짜를 적은 뒤에 제목을 붙여 1917년 개최된 미국의 독립전시회에 출품했는데요. 

불과 몇 시간 만에 평범한 소변기가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샘>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뒤샹이 작품의 소재로 소변기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뒤샹에게는 무엇보다 심상이 중요했습니다. 

수많은 작가들은 수단을 정한 다음에야 회화, 조각, 드로잉을 통해 심상을 표현할 수 있었는데, 이런 순서를 바꾸고 싶었던 뒤샹은 수단을 나중으로 미뤘던 것입니다. 

 

예술가라면 모름지기 미적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채색이나 기법을 고르기보다는, 심상을 정하고 그것을 발전시킨 다음에야 수단을 정합니다. 

이때 수단은 작가가 선택한 심상을 가장 성공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 거죠. 그것이 소변기라면, 가져다 쓰면 될 일이다, 

이렇게 책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생생하게 펼쳐지는 현대미술 빅뱅의 순간들을 보여주면서 빽빽한 주석과 기나긴 자료 목록 없이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준다는 미덕이 있습니다. 

현대미술하면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고 미술관에 가면 울렁증이 생기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