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이었던 7일은 계절이 겨울로 접어든다는 절기 '입동'이었지만, 전국 낮 기온이 21도까지 올라갔습니다. 30년 만에 가장 따뜻한 입동이었는데요.
하지만 어제부터는 요란한 비와 함께 겨울 추위가 찾아왔는데요.
이처럼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절기의 구분이 무색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구의 커다란 위기로 여겨지는 기후 변화지만, 인류의 다양한 역사를 간단히 기후 탓으로 돌리는 책과는 시선이 다른 책, 지리학자 박정재의 신작 <기후의 힘>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20년 넘게 '고기후'를 연구해온 지리학자인데요.
고기후 연구는 빙하나 나이테, 꽃가루나 퇴적물을 분석해 선사시대 이전 환경과 기후를 들여다보는 연구입니다.
저자는 인류의 진화에서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까지 기후가 어떻게 사람과 문명에 영향을 미쳤는지 ‘빅 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한반도에서는 기후 변화로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책에서는 우리나라 선사 시대의 대표적 문명인 '송국리 문화'를 중심에 놓고 설명합니다.
송국리 문화는 청동기 시대 중·후기를 대표하는 문화인데요.
벼농사를 토대로 오랫동안 번영할 것 같았는데, 갑작스럽게 소멸해 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수수께끼의 대상이었습니다. 전남 광양 습지의 꽃가루 퇴적물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단기 가뭄이 그 원인이었다고 하네요. 그들에게 기후 변화는 악몽이었지만, 결과적으론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낸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2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복원한 한반도의 환경사를 소재로 우리가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거시적인 역사를 제시합니다.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고 학술서 성격이 있어 책장이 쉽게쉽게 넘어가지는 않지만 기후변화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책입니다.
외국 연구를 답습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문제인 한반도 고기후를 현장에서 연구하는 국내의 가장 대표적인 지리학자가 저자라 믿음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