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63세의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 김영옥씨는 ‘갱년기’ ‘치매’ 등으로 상징되는 노년의 삶을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다시 들여다보자고 이 책에서 제안합니다.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이라는 이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느 퀴어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늙은이’를 가리키는 적절한 대명사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노인도, 노년도, 어르신도, 시니어 선배도,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할매나 할배도 다 온전한 자긍심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로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즉 당사자들이 가장 무난하게 받아들인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 혹은 노년의 삶은 너무 납작하게만 그려져왔습니다. 저자는 노년의 삶을 제대로 말하기 위해 페미니즘이라는 렌즈를 가져왔는데요. 이 책은 시, 소설, 영화, 사진, 무용공연 등 다양한 텍스트를 소재로 삼으면서 저자가 직접 겪은 노년의 삶을 성찰한 책입니다. ‘갱년기’ ‘치매’ 등 부정적으로만 그려져온 노인의 증상과 질환에 대해서는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고, 미디어 속에서 왜곡되거나 납작하게 그려지는 노인의 이미지는 끄집어내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예컨대 사람들이 할머니에 대해 떠올리는 상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돌봄 제공자이거나, 돌봄이 필요한 대상. 여성 1만명은 1만개의 다른 삶을 살 텐데, 이들이 나이가 먹어 할머니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두 가지 이미지만으로 규정되는 거죠.
노인들은 페미니즘이라는 대안 세계 안에서도 가장 변방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노년은 삶을 정리하고 소멸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춤을 추며 대안을 찾는 시기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자는 어떤 분?
저자 김영옥씨는 시간과 나이, 노년, 질병, 죽음 등을 페미니즘 입장에서 의제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연구자이자 활동가입니다. 프로필에 "50대가 다 끝나도록 ‘인생’이라는 단어가 싫었고, ‘삶’이라는 단어가 좋았다"고 적혀있는데, 그 이유가 "삶에서는 ‘살다’라는 동사의 움직임이 느껴졌고, 살면서 만들어내는 변화가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