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A: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일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큰 미덕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느라 정작 자신의 감정을 감추거나 억제하면서 일을 해야 경우 사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른바 이런 경우를 말하는 ‘감정노동’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감정노동, 요즘 정말 많이 들어본 말인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김차동씨도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방송인이시니까 사실 슬픈 일, 힘든 일이 있어도 참고 방송에서는 밝고 기쁜 척을 해야 할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업무를 ‘감정노동’이라 하며,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감정노동 종사자’라 합니다. ‘앨리 혹실드’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사회학 교수가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혹실드’는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비판하기 위해 처음 이 단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는 상품판매원, 은행원, 승무원, 전화 상담원처럼 직접 고객을 응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친절을 통해 업무를 해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을 말했는데, 최근에는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과거 권위적이라고 인식되던 공무원, 경찰, 의사·간호사 같은 의료인, 각급 학교 선생님도 친절과 봉사를 강조하다 보니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우가 연기를 하듯이 직업상 속내를 감춘 채 다른 표정과 몸짓으로 손님을 대하는 직종으로, 보통 감정 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Q. 이런 감정노동이 결국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문제일 텐데요.
실제로 이런 문제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분들이 많은가요?
A. 그렇습니다. 최근 이런 감정노동과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진료실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을 오래 수행한 근로자의 상당수는 이른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증후군은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슬픈 상태가 이어지거나 식욕 등이 떨어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누른 채, 자신의 직무에 맞게 정형화된 행위를 해야 하는 감정노동은 감정적 부조화를 초래하며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 좌절, 분노, 적대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게 되며, 심한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지어 자살로 이어진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감정노동을 잘 대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A: 감정노동에 의한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개인적 노력과 조직적인 노력으로 나눠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 노력으로 제일 중요한 것만 말씀드리면 일단 내가 일에 감정을 지나치게 일치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을 즐겁게 열심히 하지만 결국 ‘일은 일일 뿐이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 일과 내 감정 사이에 일종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일과 뒤섞인 내 감정이 나를 괴롭히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조직적인 노력이네요. 즉 감정노동에 대한 직장 내 업무 매뉴얼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정 한계를 넘어서는 악성 고객일 때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닌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한계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업무량과 근무시간을 적절히 조절하고 정기적인 휴식과 휴게실 등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제 정신적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직원을 위해서 개인 혹은 집단 심리상담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해결 방법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