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A: 가끔 진료실에 오셔서 ‘사춘기 자녀 때문에 힘들다거나 내 자녀가 사춘기가 너무 심해 상담이 필요한 것 같다’고 하소연 하시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착했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짜증을 잘 내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조금이라도 잔소리를 하면 불같이 화내는 경험을 많은 부모님들이 하셨을 텐데요.
그래서 오늘은 ‘사춘기자녀와 살아가는 법’이라는 주제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Q: 먼저 사춘기란 대체 무엇인지부터 알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A: 보통 10세~16세사이의 청소년 시기를 사춘기라고 정의하는데요. 알다시피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은 부모님들이 사춘기하면 '짜증', '반항', '예민' 같은 정서적인 변화를 많이 떠올리는 데요.
‘질풍노도의 시기’, 혹은 ‘중2병’이라고 부르면서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사춘기가 절정인 ‘중2’가 무서워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사춘기를 대격변의 시기쯤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질풍노도의 시기'처럼 사춘기를 강렬하게 보내는 아이는 전체 아이들 중 20%정도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조금 짜증이 늘고 프라이버시에 예민해지는 정도로 약하게 넘어가죠.
그래서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사춘기는 자녀들의 심리적인 문제가 주요 원인이 아니라
성호르몬의 갑작스런 발현에 따른 생물학적인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마음으로 조절할 수 없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조금은 자연의 법칙 같은 기질적 문제이기 때문에 부모님도 자연스러운 변화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Q. 그렇지만 사춘기 때 자녀들과 대화가 힘들 정도로 정서적 변화가 심한 것도 사실인데 어떡해야 사춘기 자녀들과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까요?
A: 그래서 몇 가지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원칙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더 이상은 강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춘기 자녀들은 자신이 하나의 인격체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보기에 아직 미숙하고 생각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에 ‘공부해라’, ‘뭐 해라’ 하면서 자꾸 지시나 강요를 하게 되는 데 사춘기 자녀는 나도 머리가 굵어져서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일방적 지시에는 청개구리가 되기 쉽습니다. 이제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춘기 자녀에게는 어쩔 수 없이 노련한 협상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원칙은 자신만의 공간이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합니다.
방문을 함부로 열지 말거나 이불을 들추지 말아야 하고, 크게 선을 넘지 않는다면 핸드폰이나 책상 등 사적 영역의 존재는 어느 정도까지는 인정해줘야 합니다.
세 번째는 자녀와 진지하게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조건에서 소통하려는 태도입니다.
자녀의 짜증이나 반항을 빠르게 제압하려고만 들지 말고,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표현해야 합니다.
4:1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자녀의 말을 4번 이상 듣고 한번 의견을 말하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지시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어떻겠니?”하며 제안을 하는 형식으로 말해야 합니다.
Q. 하지만 대화도 안 하려고 하고 짜증만 내는 경우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 같긴 한데요. 그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물론 그 경우 부모님도 화가 나시겠지만 참아야 합니다. 나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으면 차라리 ‘다음에 이야기하자’하고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충분히 너를 사랑하고 존중하다는 뜻은 표현하되,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테니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기다려 주시면 분명 착하고 다정했던 자녀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