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수면제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고요?
A.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가장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불면증입니요. 이처럼 잠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워낙 많다 보니 과연 수면제!
먹어야 하는지 안 먹어야 하는지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약도 드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면제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그래서 제가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 보았는데요.
먼저 수면제와 수면유도제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요?.
A. 수면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고 수면유도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점입니다.
수면유도제는 (피부가려움증이나 콧물 치료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의 졸음이 오는 부작용을 이용해 사용하거나 레돌민이라는 생약 성분 계통의 약을 말하는 데 수면제보다 효과는 약하지만,
내성이나 의존성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가볍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수면제는 효과는 좋지만 그만큼 조심스럽게 복용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겠습니다.
Q. 그렇다면 수면제는 그만큼 의존성이나 내성이 높다는 말씀인가요?
A. 모든 약은 조금씩은 의존성이나 내성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약마다 복용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수면제 역시 복용의 원칙을 잘 지켜야 내성과 의존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수면제 복용의 원칙은 가끔 잠이 안 올 때 한두 번씩만, 정해진 양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일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어쩔 수 없이 매일 복용한다면 가급적 2주 이내, 최대 4주 이상 복용하시면 안 됩니다.
불면증이 심해서 그 이상 약을 먹어야 한다면 수면제의 부작용과 약점을 막아주는 다른 약물과 같이 복용하거나 의존성이 약한 다른 약물로 대체해야 합니다.
수면제는 장기간 복용하면 숙면을 줄이고 얕은 잠만 유도하여 수면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립니다. 자도 잔 것 같지 않아서 결국 더 많은 수면제를 찾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2주 이내로 가볍게 한두 번 수면제를 먹고 자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장기간 복용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수면제만 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기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여 새로운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Q. 수면제가 치매를 일으키거나 기억장애를 일으킨다고 하는 데 사실인가요?
A. 과거에는 지나친 수면제 남용이 뇌세포를 손상시켜 기억장애를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사용되는 수면제는 치매를 일으킬 정도의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면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이것이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수면제를 오남용하는 경우 가수면 상태에서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black out이 되는 일시적인 기억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 약을 끊고 치료하면 기억력이 회복되기 때문에 치매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역시 수면제의 사용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