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강화길의 신간 <대불호텔의 유령>
안진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가 있습니다.
고향인 전주를 모델로 한 도시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소설가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대답하는데요.
실존인물인 소설가 강화길과 분리가 쉽지 않은 이 소설의 소설가는 '원한과 증오, 악의로 들끓는 이야기'를 쓰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는 단 한 줄도 쓸 수가 없어집니다. 어디선가 악의에 찬 유령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인데요.
이 책은 한국전쟁의 상흔이 전국을 지배하고 있던 1950년대, 귀신 들린 건물 ‘대불호텔’에 이끌리듯 모여든 네 사람이 겪는 공포스러운 경험을 다룬 호러 소설로,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거머쥐며 한국형 여성 스릴러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 강화길의 두번째 장편소설입니다.
논픽션 작가 구로이 가쓰유키의 신간 <시골의 진화>
지역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던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 무슨 기적이 벌어진 것일까요. 5,000명 규모의 가미시호 마을에는 연간 약 10만 명이 기부한다는데요.
2018년 연말을 앞둔 시점에 고향납세 실적은 이미 20억 엔, 우리 돈으로 212억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인구감소 극복, 지역경제 활성화, 수도권 집중 해소 같은 과제에 직면한 농촌지역이 기적적인 성공을 거둔 수수께끼를 취재한 내용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요, 시골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없다’는 것도 자원이라는 것입니다.
마을에는 기차가 폐선된 자리에 콘크리트 아치 다리가 남아 있는데요.
당시에는 거대한 산업폐기물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환상의 다리'라는 별칭이 붘으며 홋카이도 인기 관광지로 주목받았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없다’는 것도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인데요.
이 책은 기적의 발판이 된 ‘고향납세’의 개념을 소개하는 한편 공무원, 마을 주민 등 관계자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고민과 노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튜버 밀라논나의 신간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며든다'라는 말을 아시나요? 바로 ‘밀라논나에게 스며든다’라는 뜻으로 팬들이 붙여준 말인데요.
밀라논나는 한국 최초 밀라노로 유학을 떠난, 올해 일흔을 맞은 패션디자이너 장명숙의 닉네임입니다.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유튜버 밀라논나로 더 유명하죠.
어릴 때, 엉터리로 만든 옷을 인형에게 입히며 신바람이 나서 노래를 흥얼거리면, 어른들이 “오늘은 명숙이가 아주 ‘지 맥’으로 신이 났구나"하셨다는데요.
여기서 ‘지 맥'은 ‘자신의 타고난 맥박’을 뜻하는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참 멋진 말이죠.
밀라논나는 '자기의 타고난 맥박대로 따로 또 같이 자유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부드러운 질문을 건네고 있습니다.
왜 많은 사람이 이토록 이분의 라이프스타일에 열광하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이 책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완고한 고집보다 유연한 소신을 가진 밀라논나의 인생 내공이 담겨 있는 책,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