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9(목)김형준의 마음지킴이

오늘은 어떤 주제인가요?

A: 제 진료실을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진단 중 하나는 역시 우울증인데요. 

오늘은 우울증에 대해 많은 분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소하지 않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우울증에 대한 안 사소한 오해”라는 주제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Q: 우울증에 대한 오해라 무엇일까요?

A: 우울증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슬픈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눈물이 나고 슬프고 가슴이 아픈 그런 심리상태라는 오해입니다. 

물론 우울증 환자 중에는 슬픈 감정이나 가슴 아픈 심리상태를 호소하기도 하지만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사실 이런 감정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슬픈 감정인지, 화나는 감정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재미나 흥미를 잘 느끼지 못한다거나 내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느끼지 못한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은 심리상태나 감정 상태를 말하는 진단명이 아닙니다. 

우리가 우울증이라고 해석하는 우울증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이자 세계표준 진단명은 depression입니다. 

직역하면 침체, 저하라는 뜻입니다. 경제학 용어로 경제불황이나 경제공황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침체내지는 저하된 것을 말할까요. 

그것은 바로 뇌기능입니다. 우울증은 슬픈 감정을 지칭하는 우울이라는 말 대신  ‘뇌기능 저하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단어인 것 같습니다. 


Q. ‘뇌기능 저하 증후군’라고 하니까, 마음의 병이 아니라 마치 신체질환인 것 같습니다. 

A: 물론 우울증 증상에는 마음이 슬픈 것 같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 분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원인이 아니라 바로 뇌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결과, 즉 증상이라는 점입니다. 

뇌기능이 떨어지고 뇌를 활용하기 위한 에너지가 없어지니까 슬프거나 화가 나기도 하는 등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보이이다가 더 심해지면 흥미나 재미의 상실 같은 

아예 감정을 못 느끼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진짜 우울증 환자는 슬픈 감정을 호소하기 보다 ‘의욕이 없다’. ‘무기력하다’는 증상을 훨씬 많이 호소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우울한 감정만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우울증으로 진단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증상이 바로 신체증상인데요. 우울하다는 심리상태를 넘어 잠이나 식사 같은 생리적 변화가 나타나고 소화가 안되거나 

쉽게 지치고 피곤하고 활력이 없어지며 원인모를 통증을 호소하는 등 신체증상이 나타나야 비로소 우울증으로 진단을 하는 겁니다.


Q: 그렇다면 우울증은 심리적 질환이 아니라 뇌 질환이라고 봐야 할까요?

A: 네, 바로 제가 오늘 말씀 드리고 싶은 핵심을 말해주셨는데요. 

우울증은 나약한 의지나 마음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뇌 기능이 떨어지니까 의지를 낼 수 없고 마음을 잡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우울증 치료에서 약물치료를 중요시 하는 이유입니다. 

많은 우울증 환자분들이 자신의 마음이 약에 의해 조절되거나 영향을 받는 것에 부자연스러움과 거부감을 말씀하시는 데 우울증 약은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을 조정하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뇌의 저하된 기능을 극복하기 위한 신경전달물질이라는 일종의 연료를 채워주는 것입니다. 

약을 통해 연료를 채워 비로소 생각하고 감정도 조절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것이고, 

우울증 약은 잠자고, 먹고 하는 신체기능과 신체적 불편감을 회복시켜서 내가 내 마음을 잘 조절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기 위한 도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