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어떤 주제인가요?
A: 가끔 진료실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분명 자신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는데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감정 조절을 못하고 화를 내게 된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 모습에서 내가 가장 싫어했던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아 스스로 놀라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그런 경우를 “공격자와 동일시”라고 하는데 오늘은 이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공격자와 동일시, 어떤 경우를 말하나요?
A: 흔히 미워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온 아버지가 가족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의 폭력에 치를 떨던 아들이지만 어느덧 가장이 됐을 때 가족들에게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일삼는 경우를 말합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혹독한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하던 며느리가 자신의 며느리에게 똑같이 대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갈등은 정신과 진료현장에 매우 흔히 만나는 사례들입니다. 한마디로 공포를 주는 존재이자 저주의 대상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닮아가는 현상입니다. 공포를 이기기 위해 스스로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죠. 또 다른 상황으로 귀신이 무서워 밤에 밖을 못나가던 어린아이가 어느 날 무서움이 없어져서 이유를 물으니 '내가 귀신이라고 생각하니 무섭지 않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일들은 가족 간이나 군대처럼 권위와 서열질서가 매우 강한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 내에서도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화를 잘 내는 상사 밑에서 일을 하는 부하 직원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가족들에게 똑같이 행동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Q. 분명 자신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 텐데 왜 닮아가는 것일까? 원인이 뭐죠?
A: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어쩌면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문명사회화되기 이전의 인간은 약육강식에 노출된 자연계에 일부였을 텐데요. 그런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장 강해보이는 존재의 행동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생존방식이였을 것입니다. 나도 강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에 대한 일종의 롤 모델이 된 것이죠. 나를 괴롭히고 공격하는 사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그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줄여가려는 방어기제인 것입니다. 다른 이유로 피할 수 없는 존재라면 어떻게 하던지 친해지고 밀접해져야 하는데 같은 방식을 따라함으로써 그 사람에게 인정받거나 심리적으로도 미워하는 존재에 미워해서는 안되는 죄책감을 합리화하려는 안타까운 시도인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예를 들어 부모가 어떤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며 성장했다면 알게 모르게 이런 방식이 문제해결법이라고 교육을 받게 되고, 이게 효과적이라고 느꼈을 가능성이 큰 것이지요.
Q: 그렇다면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우선은 상대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합니다. 나를 박해한 대상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또 그 사람도 어쩔 수 없지 않았나 하며 은연중에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 대상이 정말 나쁜 행동을 한 것이라고 나쁜 행동이며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점을 스스로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잘못한 행동이 있다면 나보다 약한 대상이라도 분명히 사과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나는 공격자였던 그들과 다른 존재이고 권력이나 힘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과 존중으로 사람을 대하는 존재라는 점을 스스로 확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