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 이야기는요?
올여름 대형서점가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나 판매가 급증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국어사전입니다. 왜일까요. 초등학교 3~4학년 국어 교과서에 국어사전이 꼭 필요한 단원이 나온다고 하는데요.
사전을 펼쳐 직접 단어를 찾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보통 때는 학교 도서관에 있는 사전을 활용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가정에서 많이 구매한다고 하는데요.
때 아닌 국어사전 열풍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책도 사전과 관련이 깊습니다.
30년 넘게 사전을 만든 장인이 사전에 미처 다 담지 못한 비슷한 단어들의 의미를 섬세하게 이야기하는 <우리말 어감 사전>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단어들을 모아 그 속뜻을 들여다보는데요.
경험이란 말과 체험이란 말은 어떻게 다른지, 만발과 만개는 어떻게 구별하는지, 국가와 나라는 차이점은 뭔지 이해하기 쉬운 예문을 통해 설명합니다.
‘경험과 체험’을 예를 들어보면요, 전주한옥마을에서 열리는 한복 체험 행사는 있어도 한복 경험 행사는 없죠.
그리고 사업을 하다 보면 풍부한 경험이 쌓인다고 하지 풍부한 체험이 쌓인다고 하지 않죠.
경험은 지속한 것을 이야기하고, 체험은 대체로 일회성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짚어주는데요.
이처럼 우리가 쓰는 단어 옆에는 딱 달라붙어 있는 쓰임과 뉘앙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요, 이 책의 저자는 사전에서는 알기 어려웠던 단어의 섬세한 차이를 눈에 보이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개했다는 건 꽃이 활짝 핀 상태를 묘사하는 말이고, 만발했다는 건 무리지어 뒤덮였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단어를 마치 같은 단어처럼 써버리기도 하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지금 우리 국어사전도 그런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수영과 헤엄이란 단어와 과실과 과일 같은 유의어를 동의어로 본다는 것인데요.
실은 개가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넌다는 건 자연스럽지만, 개가 수영을 해서 강을 건너는 건 어색하잖아요.
단어마다 독자성을 구분해야 하는데, 사전에서는 마치 똑같은 뜻으로 말하는 ‘순환 정의’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아까 예로 들었던 ‘경험’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이고요, 또 ‘체험’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기가 몸소 겪음’ 이렇게 되어 있다는 거죠.
저자 안상순 씨는 30년 넘게 사전을 만들면서도 미처 건드리지 못한 우리말 유의어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 책을 국어사전 옆에 나란히 놓고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챕터당 3쪽을 넘기지 않아 짬내서 읽기 좋은데다 서로 짝꿍을 이루는 90개의 단어 챕터로 이루어져 내용이 풍부합니다.
모호한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려는 어느 사전편찬자의 노력이 깃들어 있는 이 책은 어감 사전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생각과 사유의 사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