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0(화) 임주아 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봉준호 감독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번 달 프랑스 칸 영화제 개막식에 봉준호 감독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는데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지 2년 만에 다시 칸 무대에 올라 개회선언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하면 또 위트있는 말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영화는 지구상에서 멈춘 적이 없다”라는 말로 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머리스타일과 옷차림이 2년 전 상 받을 때와 비슷해서 마치 시간이 멈춘 자리에 와 있는 듯했습니다. 

벌써 2년이라니 놀랍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열리지 못했던 칸 영화제 측은 “끊어진 시간을 연결해 달라”는 취지로 봉준호 감독에게 개회선언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다시 이어진 칸 영화제 시상식을 보면서 봉준호 영화를 생각하는 분이 많죠?

네 그래서 다시 봉준호 감독의 영화와 관련된 책이 심심한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올해 2월에 출간된 <봉준호의 영화 언어>라는 책을 특히 추천드립니다. 

저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던 영화평론가 이상용씨인데요. 

그가 바라본 봉준호 감독의 모든 영화 이야기가 이 책 안에 촘촘하게 들어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이 다른 봉준호 영화 분석 책과 분별되는 점은 봉준호의 영화를 세계가 아니라 ‘언어’로 해석하는 남다른 시도 때문입니다. 

 

기생충의 엔딩 장면을 한번 기억해보시면요. 

모든 일이 끝난 후 대저택의 지하실에 남게 된 아버지가 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찬찬히 되짚으면서 지금 지하실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려주는 내용이죠. 

그러고 나선, 아들이 집으로 돌아와 황급히 답장을 쓰는 장면이 뒤이어 나옵니다. 

돈을 많이 벌어 그 저택을 사서 아버지를 구출하겠다는 내용이었죠. 

아버지와 아들의 내래이션으로 전달되는 편지인데 서로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인데도 관객들은 왠지 아버지와 아들이 교신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됩니다. 

편집의 힘일까요, 편지의 힘일까요. 

저자 이상용은 이 장면에서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분석했던 소설 ‘도둑 맞은 편지’를 끌어오며 편지의 삼각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했던 흥미로운 대목에 시선을 멈춥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서로에게 가장 완전한 편지는 서로에게 부치지 않은 않은 편지”라는 것입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참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네요. 

그렇습니다. 이런 식의 흥미로운 분석이 이 책 곳곳에 장치처럼 놓여 있는데요. 

봉준호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부터 그의 첫 인생작인 <살인의 추억>, <마더> <옥자>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단순하게 다루지 않고 착실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장에는 ‘참고문헌’ 챕터가 있는데요. 보통 참고문헌 지면에는 책과 저자만 언급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선 왜 이 책을 보게 됐는지, 

어떤 부분을 참고하려 고민했는지 상세하게 나와있어 특별합니다. 

영화는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찾아보고, 잘 읽어내고, 자기만의 시선으로 가져오는 것 또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