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A: 조금 아침부터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요즘 제 진료실에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고 슬퍼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잃게 된다면 그 고통은 무척 클 수 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그래서 조금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죽음에 대한 ‘애도 반응’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Q: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누구나 우울한 감정을 가질 텐데요. 정상적인 애도반응과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나요?
A: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당연히 우울과 무기력에 빠지기 쉽습니다.
깊은 슬픔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지만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애도반응’이라고 정의하며,
대략 3개월에서 6개월간 지속하다 사라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애도반응은 질병이 아니지만, 병적인 우울증과 증상이 비슷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사망하면 남은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망의 원인인 질병이나 사고는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가족이나 친구들은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과 우울감을 느낍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예민해지며, 불면이나 식욕부진을 겪기도 합니다.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대부분 애도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극복되고 일상을 서서히 찾아 갑니다. 그러나 이런 애도반응이 6개월 이상 계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Q: 애도반응이 6개월이상 지속된다면 병적인 우울증이라는 말씀 같은데 정말 그 안에 깊은 슬픔이 극복될 수 있는 것인가요?
A: 6개월이라는 시간에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요. 당연히 6개월안에 모든 슬픔이 극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은 영원히 지속될 수도 있고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6개월이라고 하는 것은 슬픔이나 고통은 남아 있지만 그 아픔을 가지고도 일상생활로 돌아가 다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정신의학에서 애도 반응의 기한을 6개월을 정해 놓은 것은 그 이상 지속되는 고통과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 또 다른 불행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의학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일상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합니다.
Q: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사람은 그 슬픔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오롯이 혼자 슬픔과 우울을 감당하기는 고통스럽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사망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우는 것도 좋습니다. 감정 억누르기 보다 자연스럽게 표출하여 흘러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도한 죄책감을 가지거나 남에게 책임을 묻은 투사도 고통을 이기는 데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추억을 공유하면서 기억을 긍정적으로 재조합하는 활동이 애도반응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사망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지나치게 되새기고 추천되지 않지만,
애써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바쁘게 지내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슬프고 우울한 감정도 물 흐르듯이 겪어내며 극복해야 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지금 사별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주변 사람이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 까요?
A: 그분이 눈물을 흘리고 울면 같이 눈물을 흘려주세요. 슬픔이나 분노를 표현하면 조용히 들어주세요.
그리고 당신의 슬픔을 이해하고 어떻게 도와야 할지 방법은 잘 모르지만 언제든지 필요하면 옆을 지켜주겠다고 말씀해주세요.
서부른 충고나 조언을 삼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마디로 슬픔을 공감하고 조용히 옆을 지켜주세요. 이것이 최고의 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