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김영하 작가가 쓴 <여행의 이유>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2019년 출간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멈추지 않고 읽히는 김영하 여행 에세이인데요. 

코로나 시국에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독자들이 비행기를 타는 심정으로 다시 찾아 읽는 책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그곳이 좋았다 저곳이 아름다웠다 하는 기념식 여행기가 아닌, 여행지에서 느끼고 감각한 것들을 과거 이야기와 반추하면서 써내려간 묵직한 에세이입니다. 

우리 지역 완주군에서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는데요. 

그 계기로 제가 지난주 완주군립도서관에서 김영하 작가 대신(?) <여행의 이유> 낭독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좋았던 구절을 꼽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요. 

한 독자분이 “김영하처럼 떠나려면 언제든 일상을 뛰쳐나갈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추방과 멀미’라는 챕터인데요. 때는 2005년. 김영하 작가는 소설 집필을 위해 중국에 한 달 간 체류할 계획으로 푸둥공항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중국 공안으로부터 추방을 당하고 맙니다. 

여권과 함께 들고 있어야할 ‘비자’가 없어서였습니다. 

그래서 미리 결제한 한 달 숙박비도 받지 못하고, 중국을 한 번 더 왕복하고도 남을 항공권 값을 추가로 지불하고, 중국에서 쓸 소설 집필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는 이것을 진귀한 경험으로 받아들입니다. “소설가인 나로서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쓰게될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는 그가 겪은 추방의 기억은 성공적인 에피소드인 셈입니다.

 

책에서 특별히 공감 갔던 구절을 뽑아주신다면요?

“오래 살아온 집에는 OO이 있다”는 말에 격한 공감이 갔습니다. 

여기서 OO은 상처인데요. “집은 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면서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 묻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데이비드 실즈’라는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여행의 궁극적인 이유를 성찰하는 부분도 좋았는데요. 

원래 문장에서 핵심만 줄여보면, “여행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가 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꼽아주신다면요? 

읽는 내내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드는 작품 <퀴즈쇼>를 추천합니다. 김영하 작가의 다른 소설에 비해 가볍고 유쾌해서 입문용으로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