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9(목) 김형준의 마음지킴이

Q: 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A: 잠은 우리 삶의 1/3일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데요. 잠을 자는 동안 가끔 특이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생생한 꿈과 함께 나타나는 ‘가위눌림’으로 많은 분이 경험하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가끔 불면증이나 다른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으신 환자분들이 잦은 가위눌림으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오늘은 바로 꿈과 가위눌림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가위눌림은 정확하게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A: 가위눌림은 의학적으로는 수면마비라고 합니다. 수면 중 각성이 되어 의식이 뚜렷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몸을 움직일 수는 없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의학적으로는 꿈을 꾸고 있는 상태이지만 대부분 생생한 꿈을 꾸고, 흔히 환청이나 환각 등을 동반하기도 하여 현실로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내 위에 올라가 있는 듯하다’, ‘자신의 방에 사람이 들어와 있는 그것을 봤다.’, ‘귓가에 속삭임이 들렸다’, ‘몸이 만져지고 있다’라는 환각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일부는 공포감을 느끼기도 하고 심령현상이나 심각한 심리적 문제로 판단하지만, 대부분은 정상적인 꿈 현상일 뿐입니다.

 

Q. 정상적인 꿈 현상이라고 하지만 가위눌림은 대부분 불쾌한 경험일 텐데 가위눌림이 불쾌한 이유가 내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공포와 스스로 잠에서 깰 수 없는 현상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것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나요?

A: 수면에는 수면 구조라는 것이 있습니다. 수면 구조는 크게 렘(REM)수면과 비-렘수면으로 분류하는데 꿈을 꾸는 현상은 대부분 렘수면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렘(REM)이라는 말은 Rapid Eyeball movement 라는 뜻의 영어 앞 글자만 따서 만든 단어로 자면서 눈동자를 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꿈과 가위눌림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 렘수면 때입니다. 

렘수면 단계에서 꿈을 꾸게 되는 데 의식이 없는 수면 중임에도 뇌는 활발히 활동하며 낮의 기억을 통합하고, 버릴 기억과 장기 저장할 기억을 분류 등의 일을 합니다. 

이 작업이 바로 꿈이지요. 뇌가 각성해서 활동하고 있는데 만약 몸도 같이 활동을 하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사고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렘수면 동안 몸의 모든 근육은 무력증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몸의 활동을 멈추게 하는 것이지요. 렘수면 단계에서 근무력증이 발생하지 않아 돌아다니거나 사지를 움직이는 경우가 ‘렘수면 장애’라고 해서 오히려 심각한 수면장애의 일종으로 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꿈을 꾸며 가위눌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위눌림은 왜 매번 경험하지 않고 가끔 나타나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일까요?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렘수면 단계가 지나가면 다음 단계인 비-렘수면으로 들어가서 깊은 수면 상태 단계로 들어가고, 

바로 깊은 수면 단계를 거치면 앞에 꾼 꿈과 기억을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니 가위눌림은 바로 렘수면 다음 단계인 깊은 수면에 들어 못하기 때문에 그대로 꿈과 함께 가위눌린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되는 것입니다

 

Q. 가위눌림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오히려 렘수면이 후 다음 단계인 깊은 수면에 문제가 있으면 가위눌림을 경험한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군요?

A: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위눌림을 한두 번 경험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닌데 자꾸 반복하고 있다면 가위눌림이 문제가 아니라 수면의 질, 즉 깊은 수면 단계로 진행이 안 되는 불면증일 가능성이 큽니다. 

가위눌림을 줄이기 위해서는 늦은 밤에 지나친 운동, 스마트폰 같은 밝은 빛의 노출, 커피 같은 각성 음료, 깊은 수면 단계로 이행을 방해하는 ‘졸피뎀’ 같은 수면의 오남용 등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지나치게 가위눌림이 반복되고 잠의 질이 나쁘다면 비-렘수면의 깊은 수면 단계를 늘려주는 약물을 복용하는 등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