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4(수) 송미령교수의 경제수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코로나 유행이 이어지며 전국 각지 지역 축제가 2년 연속 잇달아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많은 것들이 불투명한 시점, 그렇다면 축제를 포기해야 할까요. 여기 대안이 있습니다. <전국축제자랑>이라는 아주 재미있는 지역 축제 에세이가 나왔거든요. 

김혼비•박태하 작가 부부가 함께 썼고요. 일일이 발품을 판 전국 12곳 의 여행기이자 지역 축제를 통한 ‘K스러움’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요즘 무언가를 할 때 진지한 사람들에게 "~하는데 진심인"이라는 말을 많이 붙이는데요. 이 저자들은 축제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나 봅니다. 

흔히 지역 축제에는 ‘천편일률’ ‘예산 낭비’ ‘관광상품화’ ‘관(官) 주도형’ 등의 딱지가 많이 붙잖아요. 이 책을 쓴 저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시니컬한 유머로 점철된 기행담을 쓰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따스하게 바뀌었습니다. 

“지역 축제를 폄하하는 것은 너무 쉬우나 그 안에 들어갔을 때는 ‘이상하지만 진심’인 부분이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읽다보면 어이없는 웃음이 계속되는데요, 젓가락 문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호한 충북 청주에서 ‘젓가락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원로 학자 이어령 선생의 아이디어라는데요. 

한쪽에서는 젓가락질 누가 더 잘하나 경연대회가 열리고, 다른 쪽에서는 ‘젓가락 문화 발전을 위한 한·중·일 3국의 제언’이라는 엄숙한 제목의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경남 의령군 의령의병축제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 운동을 소환해 횃불 행진을 하더니, 다음 날은 ‘부자 기(氣) 받기 투어’가 펼쳐집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생가가 있어서라네요. 

 

완주 와일드 푸드 축제가 있는데, 직접 대회에 참가해 기상천외한 곤충을 연이어 먹고 3등을 한 저자가 3만원 상품권을 받았대요. 

그런데 다시 그 상품권으로 기상천외한 곤충을 사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웃기고 슬펐다고 합니다. 

이밖에 연어축제 등 전국 곳곳 동물 축제의 잔인함에 할 말을 잃기도 했답니다. "직접 잡아서 먹는 축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합니다. 

 

두 사람이 축제마다 목도한 것은 지방 소도시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입니다. 

폐가와 폐건물, 페인트칠 벗겨진 담장들은 청사초롱을 든 홍보 캐릭터의 미소로도 밝힐 수 없는 것이었죠. 

지역 축제는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지방 중소도시들의 최후의 보루이자, 다들 하는 마당에 안 할 수도 없어 어떻게든 그럴싸하게 뽑아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