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5(목) 김형준의 마음지킴이

Q: 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A: 중년이나 노년 여성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했을 때 간혹 “저는 화병이니까 어차피 효과가 없을 거예요.”라며 마치 자신의 병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진료에 임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정확한 증상과 원인, 치료법을 잘 알지 못하는 ‘화병’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 ‘화병’ 정말 많이 들어본 말인데요. 일상생활에서는 많이 사용하지만 의학적 정식 질병명인가요?

A: 의학계 등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질병분류에는 화병이라는 질병이 정식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화병은 한국 특유의 문화권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정신의학적 증후군으로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교과서에도 ‘화병(hwa-byung)’이라는 우리말 그대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외국에서도 한국문화권에서 발생되는 특별한 정신질환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화병’ 대체 어떤 질병인가요? 

A: 화병은 스트레스 특히, 화를 참는 일이 반복되어 발생하는 우울증의 한 종류인 ‘신경성 신체화장애’를 일컫는 말입니다. 화병의 가장 큰 특징은 분명 심리적 원인에 의해서 발병하고 내시경검사, 영상촬영, 혈액검사 같은 신체질환을 진단하는 검사에는 정상이지만, 주요 증상은 몸이 아픈 신체 증상이 주가 된다는 것입니다. 주요 증상을 보면 심장 두근거림, 호흡곤란,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 두통, 얼굴 화끈거림 같은 신체증상을 주로 보이고 이와 함께 불안, 우울이나 불면 같은 정신적인 증상도 흔히 동반됩니다. 이렇게 신체적 불편감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이 정신적인 원인을 찾기보다 신체적인 병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고 온갖 검사를 받고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Q. 정신적 원인인데 몸이 아픈 것이 특징인 것이군요.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독특한 정신질환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있나요?

A: 화병은 중년이상의 여성에게 특히 많은 데 우리나라 특유의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와 과거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이나 발언을 금기시하던 관습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과 가난 등 불행했던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겪으면서 모두가 고통을 받는 현실에서 사실 우울이나 불안 같은 심리적 고통은 감히 털어놓을 수 없는 증상이었죠. 이를 참고 억누르다 보니 결국 출구를 못 찾은 심적 고통이 몸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요즘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를 거부감 없이 찾아 스스로 우울이나 불안을 호소하지만, 중년이후 노년층의 환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와서도 신체적 불편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런 원인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화병이라는 정신의학적인 증후군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치료는 잘 되나요?

A: 화병 역시 우울증의 한 종류임으로 적절한 약물과 상담이 이루어지면 대부분 치료 효과는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원인을 알아채지 못하고 신체적인 질환으로 오인하여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으니 혹 비슷한 문제를 가진 분들은 전문의 상담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조기에 받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