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길어지는 코로나 시대, 집에 식물을 키우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막 출간한 <정원을 쓸모>라는 책이 눈에 띈 이유였는데요.
이 책은 할아버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전쟁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저자의 외할아버지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식물을 가꾸며 일상을 회복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저자의 어머니 역시 인생의 위기 때마다 땅을 파고 잡초를 뽑으며 상실의 고통에 대처했는데요.
저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된 후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이뤄진 각종 연구 결과를 그러모아 보여줍니다.
저자가 말하는 정원의 모습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위적인 모습으로서의 정원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을 치유하는 공간으로서의 정원입니다. 정원에 나가 한참 동안 일을 하다 보면 녹초가 될 수 있지만 내면은 기이하게 새로워진다면서, 식물이 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 정화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고도 말합니다. 이것을 원예 카타르시스라고 이야기합니다.
정원을 돌보면서 내 자신도 돌본다는 이야기네요. 또 인상깊은 지점이 있다면?
원예의 역사에 관한 연구자들은 최초의 원예가 5만3000년 전 동남아시아 보르네오섬의 열대 숲에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이곳 정글의 토양과 강우 패턴을 분석한 결과 거주민들은 낙뢰 맞은 땅을 보고 불의 힘을 이용해 땅을 비옥하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는데요. 사람들은 물길을 만들고 잡초를 뽑고 모종을 이식하며 자연을 인간의 손길로 가꿨슴니다. 경작은 거친 땅을 ‘인간화’하는 작업입니다. 영어 단어 ‘culture(문화)’의 어원은 ‘cultivate(경작, 재배)’에서 왔을 정도죠.
흥미로운 사실이네요. 또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면서요?
저자에 따르면, 선물로 꽃을 받은 집단과 다른 물건을 받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꽃을 받은 이들은 모두 ‘뒤센 미소’(진짜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웃음)를 지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