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8(목) 김형준 전문의의 마음지킴이

Q: 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A: 지난 주에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 있었는데요. 예년 같으면 타지에서 생활하던 자녀나 가족들도 모이고 명절같은 분위기가 났어야 했을 텐데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쩌면 오히려 쓸쓸한 명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 등과 같은 용어가 낯설지 않을 만큼 점점 가족의 기능과 형태가 변하고 명절의 의미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정성스럽게 키운 자녀들이 독립하면서 남겨진 중년 부모에게 심리적인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명절을 맞이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뜻으로 ‘빈둥지 증후군’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Q: 빈 둥지 증후군이라. 무언가 좀 쓸쓸한 느낌의 말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까요

A: 빈 둥지 증후군은 마지막 새끼 새가 스스로 날갯짓하고 둥지를 떠나면서 남겨진 어미 새의 슬픔을 말하는 의미의 말입니다, 한마디로 ‘옥’이야, ‘금’이야 키운 자녀들이 독립하는 시기에 부모가 느끼는 슬픔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빈 둥지 증후군은 주 양육자의 역할을 맡는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데 마침 이 시기가 중년기 여성이 갱년기를 경험하는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때론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중년의 다양한 삶의 변화와 더불어 자녀의 독립이 중년기 여성 혹은 남성에게 정신 건강에 미치는 현상을 총칭해서 빈둥지 증후군이라 부릅니다.

 

Q: 그렇다면 빈둥지 증후군에는 어떤 증상들이 있나요? 

A: 빈 둥지 증후군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우울감, 의미나 목적 상실, 거부 감정이나 걱정, 스트레스, 그리고 자녀의 미래에 대한 지나친 불안 등이 있습니다. 빈 둥지 증후군을 경험하는 부모는 종종 자녀가 독립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시켰는지 끝없는 의문을 품고 사소한 것까지 걱정하고 챙기려고 해서 오히려 자녀의 건전한 독립심을 해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주 양육자인 어머니가 아버지와 비교해 빈 둥지 증후군을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이 집을 떠나기 전에 충분한 기회와 준비를 못 시킨 점에 대해 지나친 죄책감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떤 부모들은 자신들의 정성과 걱정에 비해 자녀들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점을 서운해하고 때로는 분노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빈둥지 증후군이 모두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정신의학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대부분 일시적인 문제로 나타났다가 자녀와 부모 모두 현실에 적응하여 살아가게 되는 데 가끔 이런 문제가 심각한 우울증이나 적응장애로 나타날 수가 있으므로 지나치게 고통을 느낀다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유독 빈둥지 증후군에 취약한 유형이 있나요?

A: 네, 몇 가지 유형의 부모에게 잘 나타나는 데 우선 성격적으로 평소 걱정이나 불안이 많아 변화나 새로운 도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잘 나타납니다. 다음으로는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이 불안정하거나 불만족스러웠던 경우,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여 자기 일이 있는 부모보다는 육아에만 전념했던 경우, 그리고 자녀가 독립성이 낮아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되거나 밀착된 경우 등이 있겠습니다.

 

Q. 극복 방법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A: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녀가 독립해서 떠나가는 걸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자녀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면서 많은 이바지를 한 자신을 자랑스럽고 대견스럽다고 여겨야 합니다. 그리고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찾아 나서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누구의 아내나 남편, 누구의 엄마.아빠라는 타이틀로 살아왔다면, 남은 인생은 나라는 한 주체로서의 타이틀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겁니다. 이때 다양한 봉사활동이나 젊은 시절 육아로 그만둔 취미활동, 혹은 종교활동 같은 걸 하면 이를 통해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녀와 함께 있어 포기했던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 즉 부부만 여행이나 공동의 취미나 운동 등을 하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