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추천해주실 책은?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에세이집을 소개합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는 책인데요.
작가가 남긴 에세이 660여 편 중 베스트 35편을 꼽아 수록한 책입니다. 사실 박완서 작가의 저작들은 2011년 1월22일 작가가 타계한 이후 매년 기일 즈음 새 옷을 입고 다시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는 열 수 없지만 그의 작품을 다시 조명하는 ‘조용한 추모’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헌정 에세이와 개정판 출간, 박완서 따님의 에세이 등 6권의 책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작가 이름이 꾸준히 회자되고, 계속 해서 관련된 책이 나오는 이유는 그의 글이 대체불가능하게 아름답고, 그래서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발자국처럼 모였기 때문입니다.
박완서 작가 하면 많은 작품이 떠오르지만 대한민국 필독서 목록이 떠오르는데요.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엄마의 말뚝> <나목> 같은 주옥같은 소설들이잖아요. 그런데 에세이집은 한번도 못 읽어본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소설은 읽었지만 에세이는 접하지 못한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박완서 작가가 한국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라는 데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실은, 그녀가 다수의 산문도 썼다는 것인데요.
'대작가', '한국문학의 어머니'라는 칭호가 더없이 어울리는 작가 중 이렇게 많은 산문을 진솔하게, 글맛나게 써내려간 사람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귀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쓴 그녀의 글은 쉽게 술술 읽히지만, 그 여운은 깁니다.
35편의 에세이 중에 어떤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이 책의 제목인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라는 글귀가 있는 대목인데요.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 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 만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다"는 대목에 마음이 뜨겁고 시원해졌습니다.
박완서 작가는 “대가는 되고 싶지 않아도 현역작가로 살다가 죽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늘 말해왔는데요.
그런 정신이 그가 데뷔할 때부터 가져온 문학적 정직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는 말은 오직 진실을 말하겠다는 다짐으로 쓰고 고치고 쓰길 반복한 작가의 마음 같네요. 박완서 작가 작품의 특징을 짚어주신다면?
초기 작품에서부터 중산층의 생활양식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를 잘 그려낸 작품이 유명하죠.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일상적인 삶에 대한 중년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도 현실적인 감각으로 다듬어지고 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박완서 작가는 중년의 나이에 등단했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살아남는다는 작가정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체험적 진실에서 출발해 분단 현실, 여성문제, 자본주의 체제를 꼬집으면서도 생에 대한 무한한 긍정을 잃지 않은 모습에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