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주제일까요?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고 지인들한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얼마나 우울해야 우울증인가?”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히거나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마다 모두 우울증이라고 할 수도 없고,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하면 선 듯 방문이 꺼려지는 데 그렇기 때문에 우울한 기분을 가진 채로 참고 지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대체 얼마나 마음이 힘들어야 정신과에 가야 하나”하는 점과 함께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우울증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보통은 병원에 가면 혈액검사나 X-ray 촬영 같은 진단 검사를 하잖아요. 그런데 정신건강의학과는 이런 검사를 하지는 않는 것 같던데 어떻게 진단을 하나요?
맞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한 기분을 가진다고 다 우울증이라는 병이 되는 것은 아니겠죠.
평생 살면서 한 번도 우울한 기분이나 불안을 느낀 적이 없다면 그분이 오히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분일 겁니다.
이런 정상적인 우울한 기분이나 정상적인 불안을 누구나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 정상이고 어디서부터 질병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저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도 항상 어려운 문제이고 신중한 판단을 요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데에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원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합의하여 만든 원칙을 진단기준이라고 합니다. 모든 정신질환에는 엄격한 진단기준이 있고 여기에 해당되어야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죠.
진단을 할 때는 의사는 이런 진단기준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데, 이에 도움을 주는 설문지나 질문지 같은 보조적인 임상검사척도와 임상심리검사라는 것을 통해 진단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우울한 기분과 질병으로서의 우울증을 구분하는 진단기준은 무엇인가요?
우울증의 진단기준을 말씀드리면 우선 기간이 중요합니다. 우울한 기분이 잠깐 혹은 며칠 정도 존재하는 경우는 아무리 증상이 심해도 바로 진단을 하진 않습니다.
그만큼 신중을 기하려는 의도입니다. 적어도 2주 이상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우울한 기분에 사로 잡혀 생활하는 경우 일단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시 하는 기준은 일상생활 기능의 변화합니다. 자신이 일상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학생이면 학업이나 교우관계가, 직장인이면 직업적 활동과 대인관계, 그리고 가정주부이면 집안일을 제대로 못하고 가족들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다음은 신체생리적인 변화가 오는 데 수면, 식욕 같은 생리적인 활동이 제대로 안되고, 활력과 에너지가 떨어져 몸이 힘들어 지는 것입니다.
끝으로 생각의 변화가 생기는 데 부적절하고 과도한 자책사고, 현실이 다 무의미하다는 무가치사고,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절망적 사고
그리고 ‘차라리 죽은 것이 나지 않을 까’하는 자살사고 등 생각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증상을 보입니다. 이런 증상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 보이고 있다면 비로소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울한 기분과 함께 이런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 받아야 하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단순히 우울한 기분을 넘어 상당기간 증상이 지속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일상의 기능, 신체적인 증상, 그리고 생각의 변화를 가져온다면 꼭 전문의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어떤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나고 일정 기간이후 평소 일상생활의 범위를 넘어 기능상의 어려움을 보인다면 이미 정신질환을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병을 키우지 마시고 꼭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은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