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인가요?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마음의 단상을 담은 <은둔기계>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말도, 욕망도, 연결도, 소비도 많은 ‘과잉의 시대’. 저자는 시대를 헤쳐가는 삶의 방법으로 '은둔하기'를 제안합니다.
예컨대 ‘과도한 연결, 과도한 생산, 과도한 학습, 과도한 경쟁 등에서 벗어나 덜 움직이고, 덜 먹고, 덜 쓰고, 덜 존재하기’. 나아가 ‘인간의 인간성에 자기제한을 가하고, 인간성이 누려온 특권을 내려놓자고 말입니다.
"세계는 좁아져 있다. 숨을 곳이 없다." 이런 구절이 있네요? 와닿습니다.
시적이기도 하고, 소설의 한 문장 같기도 하죠. 이 책을 단상식으로 책을 묶은 것에 대해 저자는 “모든 정보를 주는 대신 독자 스스로 파편을 재배열해 서사를 이루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컨대 이런 문장도 밑줄을 긋고 싶어지죠. ‘단순한 생명의 기쁨을 회복하고 싶은 자는 은둔을 꿈꾼다.’
은둔을 꼭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에 꼭 필요한 웅크림 같기도 하고요.
맞습니다. 저자가 보기에 코로나 사태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400년을 지속해 온 ‘인간 중심’의 인류 문명사가 21세기에 이르러 수정되는 것을 의미하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생산적 삶의 가치를 위해 광폭하게 질주한 20세기 대신, 비(非)인간 생명체, 사물, 디지털, AI 같은 ‘인간이 아닌 것들’과 연결하고 공존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시대로 전환한다는 얘깁니다.
그래서일까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어떤 경우 ‘연결하고’ 어떤 경우 ‘연결을 끊는’ 동물, 은둔할 줄 아는 동물”이라는 말에도 큰 공감이 갑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은둔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은둔은 고립되는 닫힘이 아니라 나아가기 위한 열림이라는 거죠.
여러모로 은둔하고 있는 요즘, 이 책에 담긴 새로운 단상들을 함께 음미해보셨느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