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문법>, 소준철
한국출판진흥원이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으로 꼽은 책 <가난의 문법>입니다.
도시연구자 소준철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묶었는데요.
저자는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여성 도시 노인 ‘윤영자’씨의 생애사적 특징과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을 통해 가난을 들여다봅니다.
저희 서점이 있는 전주 선미촌에도 고물을 줍고 다니는 할머니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가만히 따져보면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이분들의 가난을 초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저자는 노인계층의 가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 시대의 가난의 문법을 이해하고 연대해나갈 근거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는 평을 받는 이 책, 지금 가장 뜨거운 화제작입니다.
<군산>, 배지영
하나의 지역을 오롯한 한 권으로 느껴볼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좋겠죠.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라 불리는 책 시리즈. 이 책의 특징은 바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저자가 직접 소개하는 지역을 느낄 수 있다는 거랍니다.
1번 속초에서부터 목포, 춘천을 지나 통영을 거쳐서 우리 지역입니다. 바로 <군산>이라는 책인데요. 배지영 동화작가가 이 책을 썼습니다.
지금 우리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분이자 자신이 살고 있는 군산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작가이기도 하죠.
그래서 더 믿음이 가는 이 책의 매력은 작가가 군산의 고유한 특징을 아주 잘 잡아내서 이야기준다는 거예요.
가만히 읽고 있으면 진짜 입담 좋은 도슨트가 바로 옆에서 얘기해주는 것 같아요.
군산의 매력을 알게된 건 시아버지 덕분이었다는 말, 군산의 그 많던 이름난 빵집들이 문을 닫게 된 이유... 듣고 있으면 너무 너무 재밌어요.
여기에 사진과 지도, 연표까지 정성들여 수록돼 있어 같이 읽을 맛이 납니다.
특히 이 출판사의 시리즈 중 <군산>편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있으니 더 궁금해하실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시와 산책>, 한정원
얼마 전에 제가 감탄하며 읽은 에세이 한 권이 있습니다.
시와 거리가 먼 독자들로 하여금 시라는 영토에 사뿐히 발을 디딜 수 있게 하는 책이었거든요.
속 보이게 위로하는 달달하고 뻔한 에세이 말고 자신의 경험에 칼 같은 구절을 녹여낸 책이 필요할 때 이 에세이를 펼쳐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산책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고 말하는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며 쓴 책 <시와 산책>인데요.
스물일곱 개의 짧은 에세이엔 작가가 느낀 익숙한 일상 속에 스며든 시인의 말들이 가득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면서 적재적소에 시구를 도토리처럼 넣어두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요.
먼저 맛을 보자면, 작가가 여름 매미의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요절한 어느 가수의 가사를 이야기해요.
“영혼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때 불을 지른다” 한 구절 더 가볼까요.
이사 간 동네를 산책하던 작가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나는 동네를 사랑하기 위해 동네를 걸었다.” 마지막입니다. 수도자들의 일상을 생각하면서 작가는 어떤 말을 덧붙일까요.
“저는 모든 일과를 기꺼이 따르는 데 자유를 바칠 거예요.” 어떠세요? 와닿는 구절이 숲속에 나무처럼 많은 이 책,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