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며칠 전에 제 고향 친구가 전주에 놀러와서 제가 운영하는 서점에 들렀거든요.
이 친구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10년 차 직장인인데, 요즘 집에만 가면 그렇게 마음이 공허하대요. 그런데 어느 날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보는데 마음이 평온해지고 기분이 좋더래요.
그래서 요즘 그림 보는 취미가 생겼다면서, 이제는 감상을 넘어 갤러리에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사고 싶어지고 그렇대요.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너무 비싸서 엄두도 안 날 것 같다고요.
그래서 제가 냉큼 권한 책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입니다.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컬렉터는 작품을 사고 수집하는 사람이잖아요? 어떤 내용인가요?
이 책의 저자는 도쿄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인데요.
보통의 직장인과 비교해 급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주식으로 큰돈을 번 적도 없습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산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저 그림이 좋아서 1994년 월급을 털어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오이'의 드로잉 작품을 구매한 것을 시작으로,
25년 간 약 4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해, 지금은 구겐하임이나 모마 등 세계 미술관에 소장품을 대여해줄 정도로 미술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죠.
이 책에는 "내가 돈이 많아서 작품을 사는 게 아니다"라는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한다면서요?
맞습니다.
적은 월급을 쪼개고, 쭈뼛거리며 갤러리에 들어가고, 비싼 작품을 계약했다가 가족들에게 엄청 혼나고,
그런데도 예술가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집 설계를 한 아티스트에게 맡기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애호가라는 말이 어울리는데, 그 특유의 아등바등한 모습이 현실적이고 재밌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죠. 컬렉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정리해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그림을 사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초보 컬렉터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네요.
그런데 이분은 값비싼 대가의 작품 보다 젊은 작가의 현대미술품을 주로 산다면서요?
이 책의 원제가 "현대 아트를 사자!"일 정도로 이분은 현대 미술에 관심이 많은 분입니다.
현대미술은 영어로 ‘Contemporary Art’죠. ‘컨템퍼러리’는 ‘현대’라는 의미 외에 ‘동시대에 존재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는데요.
우리가 고흐의 열렬한 팬이라고 해도, 제아무리 피카소에 심취해 있어도, 그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는 없죠. 하지만 현대미술은 다릅이다.
젊은 아티스트는 물론, 살아있는 전설적인 아티스트라도 오프닝 파티 같은 곳에서 조금만 용기를 내면 직접 대화를 할 수도 있죠. 이걸 현대미술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습니다.
이 책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는지?
저도 재작년 제 생일에, 전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는 화가의 드로잉 작품을 40만원에 산 적이 있거든요. 셀프 선물이었죠. 그런데 그때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갤러리에 걸려있던 작품이 우리집으로 왔다, 이런 기쁨. 내가 작품을 직접 사보는 경험을 했다는 쾌감. 또 적은 돈이지만 이 화가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후원자의 마음.
그런 것들이 이 책에 다 담겨 있어서 아주 격한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미술품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이 책을 읽으면 분명 "나도 하나 사볼까"하는 마음이 드실 거예요.
"글을 잘 읽는 방법은 바로 글을 써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작품을 잘 감상하는 방법은 작품을 한번 사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