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제가 서점을 운영하다 보니 직업병으로 책 제목을 유심히 보고 외우면서 생각하게 되는데, 몇 달 전에 본 책 중에서 마음이 찌릿해지던 제목 하나가 있었어요.
<살고 싶다는 농담>. 의미심장하면서 비장한 느낌, 농담이라고 하니, 밀란 쿤데라 소설 <농담>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누군지 알게 되면 왜 이런 제목의 책을 썼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방송에 많이 출연한 분이라 다들 잘 알고 계시죠. 영화평론가이자 작가인 허지웅씨입니다.
<살고 싶다는 농담>에 왜 고개가 끄덕여지냐면, 허지웅씨가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
간신히 항암치료를 끝내고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제목이 허투루 들리지 않게 되죠.
그야말로 병상에서 꼼짝없이 항암치료를 받으며 버티고 견뎌낸 이야기와 치료 후 일상으로 돌아온 자신을 돌아보고 돌보는 이야기 25편이 담겨있는데요.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온몸이 부어 물건을 집을 수 없고 손발 끝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던 이야기,
친구따라 얼떨결에 요가를 시작했다가 요가 선생님에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으며 깨달은 이야기,
작품에 대한 평론이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평가를 그만둬야겠다 생각한 계기 등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평론가답게 영화의 줄거리와 인상깊은 장면으로 글을 시작해 자신의 삶에 비유해 이야기한다던지,
다자이오사무나 오스카와일드 같은 당대 작가들의 삶의 구체적인 한 토막을 보며 자신의 사유를 드러내는 부분.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니체의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쭉 읽어내려가다보면 허지웅씨가 얼마나 많은 고통의 밤을 보내며 살아야겠다 결심하게 됐는지 알게 됩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습니다.
“불행이란 설국열차 머리칸의 악당들이 아니라 열차 밖에 늘 내리고 있는 눈과 같은 것이다. 치명적이지만 언제나 함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껴안고 공생하며 함께 버텨나가야 한다는, 그러니까 불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는 불행이란 말이 유난히 많이 등장합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내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보다 더 큰 오만이다."이란 말도 나오고요.
하지만 허지웅씨도 폴 발레리의 말을 잊지 않습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