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5(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요즘처럼 찬 바람이 어슬렁 불어오고, 아침에는 마음이 풀어졌다가 저녁에는 마음이 접혔다가 하는 초가을 계절에 읽으면 좋을, 

단단하면서 따뜻한 소설책 한권을 들고 왔습니다. 정용준 소설가의 <내가 말하고 있잖아>인데요. 

말을 더듬는 열네 살 소년이 언어교정원에 다니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좀처럼 열지 않고 살아가던 한 소년이 이곳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다시 세상을 향한 통로를 만들어내고, 

언어적이고 심리적인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이야깁니다.

 

줄거리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열네 살 소년은 어느 날 마치 “고장 난 사람들만 모아 둔 창고 같은” 느낌이 드는 언어교정원에 보내집니다. 

이곳에는 곧 쓰러질 것만 같은 할머니, 얼굴이 시뻘건 아저씨, 항상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학생 등이 있었는데요. 

이곳에선 최근에 가장 말하기 어려운 단어로 이름을 짓고 한 달간 그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이 규칙이었습니다. 

소년의 이름표에는 ‘무연’이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무연은 소년이 다니던 중학교 이름이었죠. 

학교 수업이 끝나면 교정원에 가서 여러 사람들과 둥글게 모여 앉아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요. 

처음에는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점점 마음의 문을 열면서 말하는 연습과 함께 내뱉지 못한 말들을 노트에 써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어느덧 일기 쓰기를 넘어 소설의 형식으로 글을 쓰게 되는 소년의 굴곡 깊은 성장기가 쓸쓸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나는 잘해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라는 첫 문장에 이어 “누군가 한 손을 내밀어주면 두 손을 내밀고, 껴안아 주면 스스로 녹아버리는 눈사람”이라는 말이 좋았어요. 

누구나 이런 경험도 있고요. 이 소년이 하는 말 중에 또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는데요. 경험상 누군가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면 좋지 않대요. 

누구든 어떤 이야기든 오래 들으면 결국 다 힘들고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되니까요. 

알게 되면 아는 만큼 마음이 생기고 그 마음만큼 괴로워지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을 걱정하게 되고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선 사랑하게 되고, 반대로 미워하게 된다는 말. 너무나 공감이 갔습니다. 

이 소설에서 누군가의 말을 가장 오랫동안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은 바로 이 소년이었죠.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제니 시인은 이 소설을 읽고 말합니다. “이상한 위로를 받는 동시에 말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