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5(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세상에는 약 7000개의 언어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어도 그중 하나인데요.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뭘까요? 바로 표준 중국어인 ‘보통화’입니다. 13억명이 쓰고 있다고 하죠. 그렇다면 2위는요? 바로 스페인어입니다. 의외죠? 영어가 2위일 줄 알았는데... 영어는 3위입니다.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까요. 그렇다면 한국어는 몇 위일까요? 2017년 기준 5천1만여 명이 모국어로 쓰고 있는 우리말은 세계 27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흥미롭죠? 바로 오늘 소개할 책 <사라질 것 같은 세계의 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사라질 것 같은 세계의 말>...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요.

그렇죠? 언어라는 건 그 나라 사람만의 고유한 정신과 문화가 담겨있는 ‘역사적 유산’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어떤 언어가 우월하다거나 어떤 언어가 열등하다는 비교의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언어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어떤 규모의 얘기는 할 수가 있겠죠.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요시오카 노보루’라는 언어학자인데요, 세계에서 쓰이는 7000개의 언어들 중 규모면에서 굉장히 작은, 그래서 곧 사라질 것 같은 ‘소수언어’들을 탐색해 책에 담았습니다.

 

말 그대로 ‘곧 사라질 것 같은 말’들을 모은 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라져가는 언어를 기록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언어를 연구한 저자가 그런 나라의 말을 하나씩 골라 쉽게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크게 설명을 드리자면, 인구 90만명이 쓰는 페루어의 ‘아야쿠초어’에서부터 인구 6만명이 쓰는 미얀마의 ‘라왕어’를 지나 인구 2천명이 쓰는 ‘하와이어’까지 다양합니다. 그런데 책의 맨 마지막장을 보면, 이 세상에서 사라진 인도의 소수언어도 나오는데요. 언어 사용 인구 ‘0명’이라는 말에 쓸쓸해집니다.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언어 사용 인구가 적은 말들이 나오는 거군요. 여기서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여러 개가 있었는데 “좋은 꿈”이라는 뜻의 ‘망파’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또 만나. 좋은 꿈에서 보자.” 이런 뜻인데. 근사하죠? 이 언어의 이름은 ‘테딤 친어’이고요, 언어의 사용 인구는 35만명이고, 미얀마와 인도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시마나’라는 말도 좋았습니다. 시마나는 “내리고 있는 눈”이라는 뜻인데요. 러시아의 사할린 섬에서 쓰는 ‘우일타어’로 언어 사용인구는 1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일타족은 눈의 종류를 하나하나 다 구별한다고 하죠. 내리고 있는 눈, 쌓인 눈, 녹기 시작한 눈.....어서 겨울이 와서 ‘시마나’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러시아의 ‘울차어’라는 언어에서 ‘비진’이라는 말도 좋았습니다. “그대로 해라, 그대로 내버려두어라”라는 뜻이랍니다. 그대로 해라는 말뜻이 어떤 이들에게는 ‘비진’이라고 불린다니, 언어는 알면 알수록 신비한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일단 소리 내서 다 읽어보니까 제가 멀리 이국에 있는 느낌이 들었고요. 제가 살아가면서 익히는 언어가 7000개중 5개도 안되겠지만, 이 책의 단어들만큼은 다 외워서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단 소수언어라고 하면 약간 어렵고, 난해하고, 다가서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일러스트 그림과 함께 곁들여져서도 그렇고, 설명 자체가 간결하고 감성적이어서 마치 그림책 한권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쉽고 재밌게 넘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사라져 가는 언어를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소수언어를 연구하고, 계속해서 책으로 남기는 이런 저자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