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신입사원 시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르륵 늘어놓거나 써온 아이디어를 화르륵 말해버리는 한 후배에게 선배가 이렇게 말합니다.
“철군, 중요한 부분을 말하기 전에는 잠깐 포즈를 줘. 말을 살짝 멈추고 호흡을 주는 거지. 그럼 철군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더 잘 전달될 거야.”
후배는 “살면서 처음으로 익힌 말하기의 기술”이었다고 회상합니다.
카피라이터 김민철 씨는 말합니다. 이 철군이 말하는 선배는 카피라이터이자 팟캐스트
진행자 김하나 씨인데요.
이분이 쓴 산문집 <말하기를 말하기>라는 책을 오늘 소개하겠습니다.
산문집이라면 에세이겠죠?
<말하기를 말하기> 제목이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그런 느낌인데요.
자신이 겪은 경험 속에 말하기의 기술을 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분은 처음 대기업 광고회사에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성우에 관심이 생겨서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 성우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때 그 마음을 “전장에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과녁을 정확히 맞히려고 매일 활쏘기를 하는 사람의 마음”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성우가 되겠다고 성우 공부에 매진한 건 아니란 거죠.
그가 성우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포즈’,
즉 ‘잠깐 멈춤’의 중요성이었다고 합니다.
말을 매력적으로, 힘있게 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말을 끊고 다시 이어가는지를 관찰해보라고 말이죠.
예컨대 법정 드라마에서 변호사가 하는 변론이나,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할 때 동시통역가를 위해 어떻게 끊고 다시 말을 시작하는지 등등이요.
말을 잘 하는 말하기의 꿀팁같은 것도 궁금한데요.
이 책의 많은 히스토리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듣고, 그 순간에 있기’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분은 팟캐스트 진행자니까 주로 한사람의 인터뷰이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말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자신은 정작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대화에서는 듣기가 80이고 말하기가 20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례를 얘기하죠. 한국 인터뷰어가 외국의 한 명사를 인터뷰하는 걸 봤는데,
그 인터뷰어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지만 정작 인터뷰이의 대답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대요. 그래서 대화의 긴장도 흥미도 전혀 생겨나지 않더란 거죠.
그래서 김하나 작가가 뭐라고 생각하냐면 그 인터뷰어가 ‘그 순간’에 있지 않았구나, 하죠.
‘내가 어떻게 보일까’보다 그 순간의 대화에 몰입했더라면 상대의 대답에 자연스럽게 리액션을 하게 됐을 테고,
상대의 대답에서 궁금한 점을 추가로 질문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거죠. 그만큼 ‘그 순간’에 집중해야한다는 거에요.
말하는 것은 무엇보다 잘 듣는 일이고, 잘 들으려면 ‘그 순간에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이 책의 부제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인데요.
이 책은 독자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보자고 말합니다.
김하나 작가처럼 한 내향적인 아이가 수많은 청중 앞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어른이 된 것처럼,
그런 어른이 선배가 되어 후배에게 말과 말 사이에는 ‘포즈’가 있어야 한다 얘기하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