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4(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혹시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코로나 사피엔스는 바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새로운 세계를 살아갈 신인류를 의미하는데요. 

이 말은 예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의 인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용어는 한 라디오 방송 시사프로그램에서 처음 언급되었고요, 

앞으로 널리 쓰일 말이 될 듯합니다. 

코로나 사피엔스, 오늘 제가 소개할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넘어서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시대에 살고 있네요. 책 표지를 보니까 누가 들어도 잘 아는 저명한 학자분들 성함이 여럿 나오는데요,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김누리... 등 여섯 분이네요. 이분들이 같이 집필한 책인가요?

라디오 진행자 정관용 씨가 이 여섯분과 각각 대담한 내용을 그대로 담은 책입니다. 

생태학자로 저명한 최재천 교수,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 기계공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꾀하고 있는 최재붕 교수, 그리고 요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으로 대세의 

반열에 오른 김누리 교수 등 6명입니다. 

요즘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단연 코로나 주제가 화두인데요. 

시대를 알려면 책 제목을 봐라, 그런 말도 있듯 저도 모르게 코로나 주제에 눈길이 많이 가더라고요. 

대한민국 대표 석학이라 불리는 이 분들은 코로나 시대에 어떤 진단을 내리고 어떤 미래를 보고 있는가. 이런 것들이요. 

 

어떤 큰 사안이 터지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언어가 주목받기 마련인데요, 

이 책은 그 모음집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어떤 분의 어떤 말이 인상 깊었나요?

저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말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최 교수는 “코로나는 인류가 자연을 침범한 결과” 라는 진단을 내리고, 지금까지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앞으로는 자연과 공존하며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 교수는 앞으로 바이러스의 주기가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데요. 

우리가 전례없이 야생동물들을 건드려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박쥐가 우리한테 일부러 바이러스를 배달한 게 아니라, 우리가 박쥐를 잘못 건드렸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박쥐의 서식지에 들어가서 길을 내고 들쑤시게 되면서 야생동물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묻는 거라고요. 

박쥐가 또 어떤 동물에게 옮겼고, 그 동물이 인간을 자주 만나는 바람에 제2, 제3의 숙주가 만들어졌다는 거죠. 

 

 원인은 결국 인간에게 있다는 얘기네요.

네. 그러면서 강조하는 게 바로 ‘행동 백신’이라는 말인데요, 

지금 대부분 전문가들이 백신밖에 답이 없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백신을 만들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리고, 실질적으로 적용되려면 2~3년은 걸리는데 만일 바이러스가 거의 매년 우리를 공격한다면 백신은 계속해서 뒷북을 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최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행동 백신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여기에 인간이 함부로 자연생태와 동물서식지를 망가뜨리지 않는 ‘생태 백신’이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다른 분 이야기도 하나 더 들어볼까요.

‘야수 자본주의’에 안녕을 고하라는 김누리 교수의 일갈이 인상적입니다. 

야수 자본주의는요 자본주의를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놓아두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가 된다는 의미로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즐겨 사용한 말입니다. 

한국은 코로나19로 굉장히 중요한 전환의 계기를 맞았는데, 한국이 경제가 이렇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살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김누리 교수는 이것을 한국의 미국화와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죠. 

예컨대, 한국의 모든 제도는 미국식이라고 합니다. 

특히 교육제도, 대학 입시제도, 높은 등록금, 국회 시스템, 대통령제 등이 똑같다면서 맹목적으로 미국을 추종하지 말고 우리 안에서 재발견을 하자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첫 번째는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 자본주의를 인간화하자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K방역이 우리에게 깨우쳐준 교훈은 우리가 미국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빠르고 쉬운 ‘수월성’의 사고를 이제 인간을 향한 ‘존엄성’ 사고로 바꾸자고 일갈합니다. 

 

중요한 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거라는 말이군요.

네. 코로나를 계기로 그만큼 세계관과 사고가 넓고 싶어졌으니까요. 

앞으로 한국인으로 살아갈 미래가 기대되는 지점입니다. 

여기에 연장선으로 인지심리학자 김광일 교수는 뭐라고 하냐면, 이제 ‘원트’의 시대가 아니라 ‘라이크’의 시대다, 이렇게 말을 합니다. 

코로나 이전에 우리는 이것도 가져야지, 저것도 가져야지 하면서 끝없는 만족감의 사이클을 돌았지만, 이제는 욕망을 떠나 진짜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을 척도로 삼는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데, 바로 ‘적정한 행복’이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적정 기술이 인류에게 가장 행복한 기술이라는 말이 있듯이, 적정한 삶과 적정한 기술, 적정한 행복감이 어디인지 찾는 계기를 이번 코로나를 통해 만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특이점을 잘 살려서 우리만의 장점으로 삼는 기회를 만들자 이런 말로 귀결될 수 있죠. 

 

더 이상 비교하지 말고 내부 동력을 통해 행복을 찾자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6명 모두 각기 다른 분야이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인류의 시곗바늘은 0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만큼 완전히 새로운 세상 앞에 놓여있다는 것입니다. 

무한한 욕망을 키워오던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꼭 들어야할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면서요? 

대한민국 대표 석학으로 손꼽히는 여성도 많은데, 6명 중에 여성이 한분도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한 대담을 책으로 옮긴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책인만큼 쫌더 특별한 코너가 추가되어 있었다면 좋았겠지 않나 싶습니다. 

장점도 물론 많은 책입니다. 

외적인 면을 보자면, 양장본인데도 굉장히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좋습니다. 

줄간격이나 자간이 너무 넓어서 억지로 늘려놓은 것 같다는 평도 있던데, 저는 오히려 그런 틈이 있는 편집 때문에 읽는 가독성이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대담집이다보니 질문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장을 넘길 때마다 이 6명의 석학들의 말하는 핵심이 몇 문장으로 짧게 요약되어 있어서 내 생각도 함께 정돈되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어떤 막막함을, 책을 읽으면서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